[사설]‘행정수도’ 졸속 강행해선 안 된다

동아일보 입력 2003-12-09 18:53수정 2009-10-1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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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건설은 정치 행정 사법의 중심지가 바뀌는 사실상의 천도(遷都)로 나라의 흥망에도 영향을 주는 중대사다. 이처럼 국운이 걸린 초대형 국책사업을 정부가 상당히 근거 있는 반대론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국민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고 국회마저 이를 방조 또는 지원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그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통과된 것은 국가백년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각 정파의 정치적 이해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특검법 재의결을 위한 정치적 거래가 없었다면 한나라당 소속의원의 절대다수가 찬성표를 던졌을지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는 편이 총선에서 수도권 등 충청 이외 지역에서의 득표에 유리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을 우선적인 총선전략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신적 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 가운데 영향력과 상징성이 가장 컸던 ‘행정수도 건설’을 흐지부지할 경우에 빚어질 노 대통령에 대한 신뢰붕괴가 두려울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건설 공약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봤다며 한나라당이 이를 계속 반대하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 문제를 현실정치의 이해와 연결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찬반양론은 각각 나름대로의 명분과 타당성, 정치적 세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각계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과 국민의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사전에 이런 절차를 충분히 밟지 않고 정치적 타산을 깔고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결국 진퇴양난에 빠질 소지가 농후하다.

‘행정수도’를 과연 지어야 하는지, 짓는 쪽으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언제 어디에 지어야 하는지 등을 원점에서 재론할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건설을 서두르기 이전에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슬기로운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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