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동맹 이상기류]美 “한국 공병위주 파병 되레 짐”

  • 입력 2003년 11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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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라크에 대한 추가파병 문제가 한국과 미국간에 현안이 되고 있으나 미국은 당초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8일 “미국은 9월 초 한국에 이라크 추가파병을 요청하기 직전에 외교안보 부처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내부회의를 열었다”며 “당시 상당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한국의 반미 움직임과 청와대의 기류 등을 감안해 파병을 요청할 경우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한국에 파병 요청을 하지 말자고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 행정부는 의회에서 ‘미군 3만7000명이 주둔하고 있는 동맹국인 한국에 왜 파병 요청을 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마지못해 파병을 요청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관계에 정통한 그의 이 같은 전언(傳言)은 한국 정부를 바라보는 미 행정부의 ‘달라진 인식’과 속내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미국이 한국을 더 이상 우방으로만 보고 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5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분명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문제는 한미간에 심상치 않은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끝난 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점 등을 들어 미국이 한국의 파병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본심을 헤아리지 않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해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우려다.

이에 관해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럼즈펠드 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이 이미 한국의 파병협의단에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나는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공병과 의무병을 중심으로 파병을 추진하겠다는 한국의 제안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칫 도움을 받기는커녕 보호를 해야 하는 짐만 떠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가 17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라크 주둔 미 중부군 사령관인 존 애비제이드 장군이 ‘치안유지군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미국 행정부 주변에서 주한미군 3만7000명 중 1만명 정도를 이라크에 보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간의 인식 차이를 줄이고 손상된 한미동맹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파병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때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협의시 영어로 ‘Right Mix(적절한 혼합)’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이라크에 3000명 안팎의 병력을 보내더라도 그 가운데 보병을 2000명 이상 구성하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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