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즈펠드, 日엔 빙그레… 韓엔 떨떠름…

  • 입력 2003년 11월 17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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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의 일본과 한국 방문은 이라크 파병에 대한 한일 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미국은 당초 동맹국인 한일 양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기대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럼즈펠드 장관의 방한 전에 미국이 기대하는 치안유지군(stabilization forces) 대신 공병과 의무병 부대 중심의 3000여명 파견 지침을 마치 통보하듯이 발표했다.

일본도 그리 나은 모양새를 취한 것은 아니다. 비록 치안유지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이라크 파병 문제를 ‘세일즈’하려는 미국에 정치적인 뒷받침이 될 수 있었던 자위대 550명 파병을 내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기분을 맞췄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방위청 장관은 15일 럼즈펠드 장관과 회담을 갖고 일본이 2004년도 예산안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 도입비 1423억엔(약 1조4230억원)을 포함시켰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일본이 MD 예산을 도입한 것은 이 시스템이 대부분 미국 기술과 장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미국 국방부를 ‘기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라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일본의 파병연기 방침에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15일 “일본이 군사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만한 나라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나타낸 것과는 달리 럼즈펠드 장관이 “파견부대의 규모와 활동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환영한다”고 말한 것도 일본의 발 빠른 대체재(代替財) 개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과 재건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약속에도 사의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럼즈펠드 장관이 감사하다고 한 것은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에 대한 것이지, 공병과 의무병 3000명 파병을 한다는 것에 감사한 것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국에 대해 일본과는 달리 별도의 ‘선물’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로서는 앞으로 각종 현안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한국 및 일본 방문 비교
주요 항목한국일본
이라크 파병입장공병 의무 등 기능중심부대 3000여명 파병, 이라크 재건복구 활동자위대 550명 이라크 파병 검토, 파병 시기는 내년으로 연기
미국측 입장한국이 비전투병을 파병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 한국정부합동조사단에 언급)일본이 큰 공헌을 하고 있지 않다(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럼즈펠드방문시언급한 내용노무현 대통령의 추가 병력 파병 결정에 감사히 생각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결정은 각국이 알아서 할 일이다.각국은 각자의 역사, 헌법을 갖고 있는 점을 이해하고 존중한다. 공헌방식은 당사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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