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미국 대통령식 국정운영’ 나서나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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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조성계획 보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부문에서의 지방대학 인재할당제 강력 실시 계획’을 밝힌 뒤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7일 광주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조성계획 보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부문에서의 지방대학 인재할당제 강력 실시 계획’을 밝힌 뒤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경모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올 하반기 들어 여러 차례 강조해온 ‘미국 대통령식 국정운영’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 26일 4당 대표와 연쇄회동을 가진 데 이어 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졌고 10일과 12일에는 4당 원내총무 및 정책위의장과 잇따라 만나기로 했다. 청와대는 국회 산업자원위, 건설교통위,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과 노 대통령의 회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 비리에 관한 한나라당의 특검 추진으로 정국이 경색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이처럼 정치권과의 적극적인 대화 행보에 나선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는 정기국회 법안 처리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국가균형발전법, 지방분권특별법, 신행정수도특별법 등 3대 특별법과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핵심 안건으로 보고 있다. 이들 법안과 FTA 비준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정부가 내년에 추진할 주요 개혁과제나 경제운용이 적지 않은 압박을 받으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의 대화 행보는 1차적으로는 정책적인 현안 때문이지만 과거에 대통령이 여당을 통해 정부정책을 추진해 왔던 패턴과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을 탈당한 뒤 무당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국회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이기도 하다.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이 원내 3당에 불과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상대로 2 대 1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입장이라는 점도 이런 태도 변화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4당을 동등하게 대하는 직접 대화정치가 훨씬 정국을 이끌어가기 편리하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노 대통령이 최근 사법부 검찰 경찰 대기업 등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언론과도 원활한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전반적인 국정운영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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