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FTA지연 피해 확산… 직물 등 수출 35% 이상 감소

  • 입력 2003년 11월 7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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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지연에 따른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 품목의 칠레에 대한 수출이 크게 줄었으며 국제 통상 무대에서 한국의 신뢰 추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외교통상부와 KOTRA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대(對)칠레 수출은 직물과 무선통신기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안팎씩 줄었다. 또 냉장고와 영상기기 수출도 20% 이상 감소했다.

KOTRA는 올 2월 칠레-유럽연합(EU)간 FTA가 발효됨에 따라 칠레 시장에서 한국제품이 EU제품 등으로 빠른 속도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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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시장 한국 신뢰성 먹칠

최낙균(崔洛均)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이 경제 블록을 이루고 있어 한-칠레 FTA 지연이 한국의 남미수출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흑자 103억달러 중 중남미 시장의 비중은 49.7%(5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신장범(愼長範) 칠레주재 한국대사는 7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칠레 상원은 최근 외무위원회에서 한-칠레 FTA를 통과시킨데 이어 전체 회의만 남겨둔 상태”라며 “한국 국회의 비준이 늦어지면 세계적으로 한국의 국가적 신뢰가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칠레 FTA는 올 2월 정부간에 체결됐으나 한국 정치권이 농민단체 반발과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계속 비준을 늦추고 있어 내년 발효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세계 통상 무대에서는 양자(兩者) 또는 지역내 협정인 FTA가 다자(多者)간 협상을 능가하는 새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안호영(安豪榮)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FTA는 체결 국가간 특혜 무역을 허용하므로 FTA 무대에서 소외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미국-칠레 등 내년 발효 예정인 FTA가 적지 않아 한-칠레 FTA 비준 지연에 따른 한국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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