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美 ‘北안보 위협 해소’ 첫 문서화

  • 입력 2003년 10월 20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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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왼쪽), 한승주 주미대사(가운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20일 태국 방콕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해 있다. -방콕=박경모기자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왼쪽), 한승주 주미대사(가운데),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20일 태국 방콕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해 있다. -방콕=박경모기자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자틀 내에서의 대(對)북한 안전보장’ 문제를 제기함에 따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핵 문제의 진전에 맞춰 북한이 느끼는 안보위협을 해소해줄 수 있다는 뜻을 몇 차례 밝힌 바 있으나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자틀 내 대북 안전보장의 의미=미국의 구상은 6자회담의 참가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 등 5개국이 북한에 문서로 안전보장을 하는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0일 “새로운 대북 안전보장 방안은 문서화한 것으로 다자가 참여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국무부가 역사상 비슷한 안전보장 모델들을 토대로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1994년 미국 영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를 폐기하는 대신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제공한 방식과 유사하다.

미국의 한 관리는 “새로운 대북 안전보장 방식은 ‘협정에 준하는 합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이나 협정의 형식으로는 안전보장을 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외교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직접 대북 안전보장 문제를 거론한 것에 비춰볼 때 이에 관한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행정부에 전달하는 형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 행정부가 이를 공포할 경우 대통령의 구두 약속이나 대북 친서 등에 비해 형식면에선 훨씬 무게가 실린다. 행정명령은 조약이 아니어서 의회 통과의 부담은 없지만 절차적 합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편 미국이 종전에 북한에 요구해 왔던 ‘선(先) 핵폐기’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대북 안전보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동시병행’ 원칙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자회담의 촉진제 될까=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안보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또 미국은 그동안 이라크 문제에 집중하느라 북핵 문제와 6자회담에 다소 소홀했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문제에 좀 더 성의를 갖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여부는 미국의 구상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의 불가침 약속과 체제안전보장이지 다자틀을 통한 안전보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은 주민들의 고통과 굶주림은 모두 미국 때문이며 미국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선 허리띠를 졸라매고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선전해왔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직접 체제안전을 보장받아야만 그동안의 학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미국이 단순한 불가침만이 아니라 김정일(金正日) 체제의 존속을 보장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안전보장을 해줄 수는 있지만 내부적인 문제로 북한이 스스로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서까지 ‘체제보장’을 해줄 수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측의 입장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2차 6자회담 개최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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