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표 위헌’ 헌법소원 움직임…투표추진 중지 신청가능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8시 53분


코멘트
위헌 논란을 빚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방안이 헌법소원 등 헌법재판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까지 제기되면 노 대통령이 끄집어 낸 ‘국민투표 카드’는 더욱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만섭(李萬燮·민주당) 전 국회의장 등의 문제 제기를 계기로 재신임 국민투표안이 헌법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물론 ‘가능할 것이다’는 쪽과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먼저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에 대한 청구’이기 때문에 재신임 국민투표가 국민의 어떤 기본권을 침해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헌법소원은 또 개인과 법인만 청구할 수 있어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은 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개인 자격으로 청구한다면 물론 가능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인 법무법인 대륙 이시윤(李時潤) 상임고문은 “국민투표 비용에 따른 세금의 증가는 재산권을, 불신임에 따른 대통령 재선거는 참정권을 각각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 권한쟁의는 1998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의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 임명동의안을 거부하며 대통령을 상대로 청구한 적이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한나라당은 국회 의결을 통해 헌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교섭단체’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을 각하했다.

권한쟁의의 경우 청구 자격이 있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과 함께 재신임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국회의 어떤 헌법적 권한이 제한받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의 한나라당 김용균(金容鈞)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헌법재판 중 권한쟁의 심판을 추진할 수 있다”며 “국회와 대통령의 두 국가기관이 국민투표 추진을 둘러싼 권한을 놓고 충돌한다면 헌법재판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법률 전문가는 “국회가 일단 헌법재판을 청구하고 헌재 결정이 나기 전에 국민투표 추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만섭 전 의장은 14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에서 재신임 투표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려줘야 한다”며 “정당에서 헌법소원을 내든지 개인이 내든지 하고 아니면 나라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민주당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직접적 법률 대응은 아직 이 전 의장의 개인적 생각이고 당내에선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투표안을 강행한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