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관전기/김충실교수]‘겉치레 濃政’ 지적 돋보였다

  • 입력 2003년 10월 7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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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국정감사를 국회가 수행하는 국정활동의 꽃에 비유한다. 그 국정의 꽃이 꽃다우려면 민초들의 삶에 결실의 희망을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농업분야 국감 과정을 죽 지켜보며 피폐해진 농심에 심어줄 작은 희망의 씨앗을 보았다.

특히 농업분야 국정감사 첫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가 위원 전원의 이름으로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물론 이후 국감에서 이에 어울리지 않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면 그에 준하는 후속 의제와 질의가 모든 피감기관에서 일관되게 집중적으로 다뤄져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또 같은 당의 위원들조차도 중복 질의를 거듭하거나 포괄적인 질의, 인신공격성 발언, 즉흥적인 과다한 자료 요구 등은 여느 해의 국감과 다를 바 없었다.

한마디로 사전 준비와 전문성이 부족한 국감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번 농업분야의 국감에서 일부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사전 준비를 하여 특정분야 정책의 허구성을 집중적으로 질의하고 확인하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 것은 칭찬받을 만하다.

국감이 종반부로 치닫고 있다. 국회 농수산위는 남은 국감 기간에 다음 두 가지에 집중해주기 바란다. 첫째,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면 정부로부터 후속 비상조치를 담보해 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농업비상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국감이 제 역할을 하는 데는 국감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의 자질이나 국감 내용 못지않게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동시에 강조하고 싶다. 농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가치를 차분히 공론화해 농업회생을 위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김충실 경북대 교수·농업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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