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정연주사장 간첩사건 연루논란]이원창의원-鄭사장문답

  • 입력 2003년 10월 2일 1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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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KBS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93년의 남한조선노동당사건 관련 기사를 소개하며 정연주 KBS 사장의 과거 행적을 추궁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2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KBS 국감에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93년의 남한조선노동당사건 관련 기사를 소개하며 정연주 KBS 사장의 과거 행적을 추궁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2일 국회 문화관광위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원창(李元昌) 의원과 KBS 정연주 사장은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의 황모씨가 작성한 지령문을 보면 90년대 초 국가안전기획부가 간첩 혐의를 두고 추적한 인물 중에 정 사장이 들어 있다”는 이 의원의 주장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그치지 않고 당 차원에서 국회 법사위원회의 협조를 받아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했고, 정 사장은 “이 의원이 내가 간첩 혐의를 받은 점을 확인했느냐”고 역으로 ‘추궁’하기도 했다. 이하는 일문일답.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의 황모씨를 아느냐.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93년 국내에서 만난 적이 있다.”

―93년은 황씨가 복역 중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인데….

“언제인지는 잘 기억할 수 없다.”

2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이 정연주 KBS 사장의 과거 행적과 사상을 문제 삼고 나서자 정 사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기자

―황씨가 작성한 지령문을 항문에 넣어 반출하려다 적발된 고모씨를 아느냐.

“모른다.”

―황씨가 작성한 비밀지령문에는 간첩 활동 관련자의 이름이 거론됐고, 정 사장 이름도 거론됐다.

“사건 발생 당시 미국에 있어서 (전말은) 잘 모르고, 93년 귀국했는데 그 해 6월 22일이 결혼 19주년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겨레신문의 한 간부가 ‘누가 출소하는데 항문(지령문)에 박모 교수와 당신 이름이 거론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당시 안기부 직원으로 있던 고교 동창에게 연락해 ‘무슨 이런 소리를 하느냐. 내가 간첩 혐의가 있다면 조사를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동창이 알아보더니 ‘조사 안 해도 된다’고 전했다. 그는 현직 국가정보원 국장이다.”

―그 지령문에는 안기부가 내사 중이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있고 거론된 7, 8명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는 매우 엄중한 문제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 그 문건에 내가 간첩혐의자라고 되어 있나.”

―검찰 등이 간첩 혐의자로 내사 중이라고 되어 있다.

“(이 의원이) 그 문건을 소지하고 있나.”

―지령문에 등장한 사람들에게 (지령문을) 전하라고 되어 있다.

“내가 검찰(조사를 받는) 혐의자라고 되어 있느냐.”

―정 사장의 이름은 지령문 명단 중 세 번째에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사장은 당시 미국 영주권자라 직접 조사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두율씨 같은 독일) 시민권자도 조사하고 있는데 미국 영주권자는 왜 조사하지 못하겠느냐.”

―모든 사건 관계자들은 정 사장의 관련 내용에 대해 증언했다. 내가 직접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 사건을 조사해보니까 정 사장은 남한조선노동당사건의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걷고 있는 사람으로 추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추정을 하느냐. 그것은 황씨가 주장하는 것 아니냐.”

―물론 정 사장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들어봐라. 당시 공안검사로부터 들었고, 취재기자로부터도 다 들은 것이다.

“어느 신문사 기자인가.”

(이후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정 사장은 차분하게 답하라”고 질책하자, 통합신당 주비위 김성호 의원은 “이 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정 사장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갈 수가 어렵게 되어 있다”며 질의 자제를 요청했다.)

―당시 취재기자 J씨에 따르면 ‘지령문을 봤고 세 번째에 정연주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러나 언론인이라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데스크와 상의해서 모 언론인이라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여기 당시 비밀지령문과 이를 담은 캡슐 사진이 있다. (지령을) 깨알같이 써서 확대경이 없으면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여기에 정연주 사장 이름이 있고 안기부 수사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도 적혀 있다. 북한의 핵 위기가 눈앞에 있는데 이런 성분의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추후 답변하겠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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