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당 체제, 한나라당 책임 무겁다

  • 입력 2003년 9월 30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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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적(無黨籍) 대통령’ 하의 ‘신(新) 4당 체제’는 한나라당에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거야(巨野)’의 책임감을 요구하고 있다. 집권세력에 맞서는 야당으로서뿐만 아니라 정국을 이끌어가는 원내 다수당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해 달라는 것이다. 당파보다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는 주문이다.

지금의 상황은 정부 각 부처가 내놓은 법안을 어디에서 주도적으로 챙겨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럽다.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실종돼서다. 통합신당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고 있다지만 법적으로 여당이 아니다. “지금까진 여당과 협의한 뒤 국회를 설득했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정부관계자의 걱정이 실감된다.

당장 세법, 국민연금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이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이 표류될 위기에 처했다. 각 당 의견이 서로 다른데 이를 조정하고 설득할 주체가 없는 것이다.

원내 과반수 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과 나라살림을 함께 하는 공동책임의 자세로 국회를 이끌고 여러 국정현안에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과의 대화도 자주 가져야 한다. 이것이 ‘149(한나라) 대 63(민주) 대 43(신당)’이라는 의석분포가 제1당에 부여한 소명이자 예측 가능한 국정을 펴는 길이다.

소모적 정쟁 대신 국가경영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려야 총선에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버려야 한다. 내각제처럼 ‘대통령 흔들기’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안을 불쑥 꺼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의 불안하고 불확실한 정국에서 우선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치력이다. 그러나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역할 역시 그에 못지않다. 한나라당은 국정의 성패가 자신들에 달려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해야 한다. ‘4당 정국’은 한나라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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