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부결]청와대 vs ‘3野’ 가파른 대치

  • 입력 2003년 9월 26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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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열린 통합신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26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직후 열린 통합신당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철민기자
26일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됨으로써 정국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1952년 이윤영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2002년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이어 5번째다.

특히 이번 표결이 민주당의 분당 사태로 촉발된 ‘신(新)4당체제’ 정국의 첫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 민주당간 대치는 더욱 가파르게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정국 운영도 시련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사전조율은 없었지만 우선 이번 표결로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에 민주당과 자민련이 합쳐진 3당간 공조 전선의 위력은 분명히 드러났다. 원내 3분의 2 이상 의석을 앞세운 내각제 개헌론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정치권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로 떨어진 내년도 예산안과 산적한 정부 입법처리 등 정기국회 운영은 물론 민감한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야당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과 ‘실질적 여당’인 통합신당은 정국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처지가 됐다. 43석의 의석에 민주당 내 신당파 전국구(7석)와 개혁국민정당(2석)을 합쳐도 50여석에 불과한 ‘소수파’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분간 공세 포인트를 다수의 힘을 앞세운 거야(巨野)의 ‘횡포’에 맞출 태세여서 대치의 파고는 쉽게 가라않지 않을 듯하다.

표결 직후 청와대와 신당측이 ‘구태세력의 연합’ ‘수의 횡포’라고 몰아붙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엔 내년 총선을 ‘구정치 연합’과 ‘새 정치 세력’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는 신당 진영의 전략적 포석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신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정국 운영 자세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윤 교수가 모든 행정부처를 통제하는 감사원장에 적합한지 의문이 많았다”며 “인사상 실책을 범한 정부 관계자들의 안이한 자세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앞으로의 정국 운영 전략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당장 여론의 역풍을 경계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내심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자”고 기대한 것도 이를 우려한 탓이었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가 이날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고 적극 진화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양당은 공조 전선이 신당으로부터 ‘구정치 연합’ 공세의 빌미가 될 것으로 판단해 각 당의 색깔을 분명히 함으로써 각개약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안별 공조의 가능성은 계속 열어둘 태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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