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국감 民生이 우선이다]5대 병폐 이제 그만

  • 입력 2003년 9월 22일 0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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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폭로를 마구 해대다가 정작 중요한 정책 현안 질의 때는 국정감사장을 빠져나가고 서면 질의로 대체하니 황당한 경우가 많습니다.”(정부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

“연도만 바꿔 수백 건이건, 수천 건이건 무조건 자료 요구부터 하고 보죠. 나중엔 자료에 치여 절반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게 됩니다.”(8년 경력의 국회의원 보좌관)

국감 과정을 오래 지켜봤거나, 이에 관여했던 국회 관계자들과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지적하는 국감의 현주소이다. 과거에 비해 나아지긴 했다지만 매년 국감이 끝나고 나면 ‘정쟁의 기억’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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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자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대한 첫 국감은 민주당 분당 사태 등 외적 요건까지 겹쳐 벌써부터 ‘민생국감’ ‘정책국감’보다는 ‘부실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감이 본래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선 수년간 반복돼 온 몇 가지 병폐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시정할 문제점은 서면 질의와 답변의 남발. 의원들은 정치 공세적 성격을 띤 질의인 경우엔 현장에서 일문일답으로 피감기관의 답변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중요 정책에 관한 답변은 “서면으로 대체하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21일 국무총리실 직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국정감사장에서 국정감사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 -강병기기자

상임위원장도 질의 답변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로 “피감 기관장은 서면으로 성실하게 답변하고, 의원들도 국정에 중요하게 참고하길 바란다”며 서면 답변을 유도하기 일쑤이다.

이와 관련해 폭로를 위한 일회성 질의를 자제하고, 시간관계상 질의와 답변을 서면으로 대체할 경우엔 질의한 의원이 그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복 질의와 장관들의 ‘앵무새 답변’도 고질적이다. 국감장 이석이 잦다보니 앞서 발언한 의원이 어떤 질의를 했는지 알 수 없고, 보좌관이 써 준 질의 자료를 그대로 읽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일부 피감 기관장들도 부하 공무원들이 써준 답변을 그대로 보고 읽는 경우가 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은 21일 “개별 의원들이 백화점식으로 모든 기관을 다 점검하다 보니 중복 질의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며 “당별로 국감 현안을 집중할 필요가 있고 의원들간의 ‘팀플레이’도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무더기 자료 제출 요구와 정부부처의 늑장 제출도 원활한 국감을 방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정부측은 불필요한 자료 요구로 “복사하다 밤을 새울 지경”이라고 푸념하고, 국회의원 보좌관들은 “민감한 내용에 대한 자료 요구는 차일피일 미루다 국감 시작 전 슬쩍 자료를 보내 질의 자체를 못하게 한다”고 정부를 탓한다.

숙명여대 이남영(李南永) 교수는 “국감을 앞두고 최소한 한두 달 이상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피감기관도 수동적으로만 응할 것이 아니라 행정의 내용과 흐름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며 “이젠 ‘정쟁의 장’이 아닌 생산적 국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오늘의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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