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인사-파행경영 시비]문예진흥원도 '뒤숭숭'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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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계열 인사인 현기영 원장, 강형철 사무총장 부임 이후 파행 경영과 편파적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전경. -동아일보 자료사진
진보 계열 인사인 현기영 원장, 강형철 사무총장 부임 이후 파행 경영과 편파적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전경. -동아일보 자료사진
《29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이 뒤숭숭하다. 새 정부 출범 후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현기영 이사장이 진보계열 인사로는 처음으로 원장에 취임한 문예진흥원은 5월 작가회의 상임이사 출신인 강형철씨가 사무총장으로 부임한 뒤 계속되는 파행 경영과 편파적 인사 시비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예진흥원 직원 90% 이상이 가입해 사실상 직원 대표기구인 노동조합은 급기야 8월 초 강 총장 퇴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사태의 전말을 밝히기 위해 문예진흥원측에 각종 자료들을 요청한 상태여서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이다.》

● 편파적 인사

문예진흥원 집행부는 새로 위원회를 구성할 때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인선한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 강 총장 부임 후 내부직원 2명, 외부인사 2명으로 ‘문예진흥 행정혁신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외부인사 2명에 작가회의 소속 시인 1명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모 팀장을 위촉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연간 단위의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과 별도로, 연도 중반의 문화예술사업을 심사하기 위해 구성된 ‘계기성 우수기획 지원사업’ 심의위원도 구설에 올랐다. 작가회의 문화정책위원장을 지낸 문화관광부 정책보좌관(2급)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 문예진흥원 사업 심사에서 문화부 공무원이 심의위원을 맡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심의위원 5명 중 이 보좌관 외에 문화부 사무관 1명이 더 포함돼 있었다. 문화부로부터의 자율성을 획득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문예진흥원측이 오히려 이에 역행한 것이다.

● 파행 경영 시비

노동조합이 꼽는 대표적 파행 운영 사례는 강 총장이 7월 ‘통일맞이 늦봄 문익환 기념사업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모 시중은행측에 이 기념사업회를 지정해 7000만원을 기부하도록 한 일. 노조가 특히 문제 삼는 것은 기부금 납부 후 이 은행 직원들이 문예진흥원을 찾아와 전체 문예진흥기금 중 일부인 50억∼100억원의 문예진흥기금을 시중 예금 금리보다 낮은 금융상품으로 예치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는 ‘최고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문예진흥원 내규 기금운영지침에 어긋나는 일이다. 노조는 △강 총장이 특정 단체에 기부하도록 지정한 점 △그 결과 운용기준에 어긋나는 조건의 은행 예치 요구가 발생한 점 등을 들어 반발했다. 현재 이 은행의 기금 예치는 무산됐다.

‘우수문예지 구입·배포사업’ 심의도 시비를 낳았다. 6월 심의에서 선정되지 않았던 한 계간 문예지에 대해 최근 심사위원 10명 중 6명이 모여 재심사를 해 다시 지원을 결정한 것. 노조측은 “심의결과가 발표된 뒤 재심사한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 사태 전개

사태가 커지자 노조는 8월 초 ‘강 총장은 자진사퇴하라’는 대자보를 원내에 붙였고, 이에 대해 현 원장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장으로서 책임경영에 앞장서고자 한다’는 글을 온라인 직원 게시판에 올려 진화에 나섰다. 현재 노조는 강 총장과 현 원장의 행보를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21일 기자와 만난 강 총장은 조건부 기부금 문제에 대해 “(지원사업이) 바람직해 진흥원에서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지만 이미 예산이 짜여 있어 (은행과) 연결해준 것일 뿐”이라고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강 총장은 “기부금에 대한 반대급부로 문제의 은행이 기금 예치를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모 계간지 사후 지원에 대해서는 “본래 심사에서 재벌그룹과 관련된 문예지를 지원해주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계간지에서 모 그룹과 ‘별도 법인’이라는 소명서를 제기해와 심의위원들이 다시 지원해주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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