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자부 장관감이 그렇게 없나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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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후임에 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실망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인물을 쓰느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할지 모르나 해양부 장관이 된 지 7개월밖에 안 된 사람을 굳이 빼내서 행자부 장관을 시켜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을 기용하려 했으나 업무의 연속성 때문에 김 위원장을 빼내기 어려워 허 장관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쓰기 위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인사를 하는 격이 아닌가.

이런 식의 인사는 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장관의 임기 보장을 스스로 뒤엎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취임 초 단명(短命) 장관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하는 부처는 장관 임기가 2년 내지 2년 반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지속적인 안정이 필요한 부처는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었다. 물론 무능력하거나 국회 해임건의를 받는 등 문제가 있는 장관은 빨리 바꾸는 편이 낫다. 그러나 그 후임으로 다른 부처 장관을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빼오는 것은 국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가르쳤고 행정 경험이라곤 해양부 장관 7개월이 거의 전부인 허 장관이 내년 총선을 관리할 행자부 장관으로서 적임자인지도 의문이다. 총선 주무장관은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란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허 장관은 내년 총선 때 부산 출마를 위해 언젠가는 차출될 대상자로 거론돼 왔다. 그런 인물이 총선 주무장관이 되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백지상태에서 적임자를 찾는 자세로 후임 행자부 장관을 인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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