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법조비리보도 판결]언론 보도자유 폭넓게 인정

  • 입력 2003년 9월 2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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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대전 법조비리’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문화방송(MBC)을 상대로 낸 전현직 검사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한 것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공익을 위한 보도와 이에 따른 명예훼손의 한계에 대한 의문점을 풀어줬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악의만 없다면 사회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대법원이 판결문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이나 청렴성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대목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상당히 폭넓은 언론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취지에서 대법원은 원심에서 위법성을 인정한 7건의 보도 중 물증은 없지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보도 등 5건에 대해서는 위법성이 없다고 인정했다.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은 보도는 이 밖에 △검찰 고위직의 ‘떡값’ 수수 의혹 △문제가 된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검사의 불공정 수사 의혹 △전관예우 풍토에 따른 불공정한 사건 처리 가능성 △대전 법조비리와 관련해 하위직만 처벌하고 판검사는 단 한 명도 사법처리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이 실망과 분노를 하고 있다는 평가적인 보도 등이다.

대법원은 또 명예훼손의 피해 대상자가 사인이냐 공인이냐에 따라 잣대가 달라야 한다고 함으로써 공인에 대해서는 좀 더 자유로운 보도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 손지호(孫志皓) 공보관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사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사법부의 그동안의 일관된 경향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말했다.

MBC 소송 대리인인 김형태(金亨泰) 변호사는 “그동안 명예훼손 소송에서는 보도의 당사자가 사실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었지만 이번 판결은 악의가 없다면 면책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적인 관심사항에 대한 언론보도 자유의 폭을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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