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후]KEDO, 1일 핵심부품 배수탱크 선적안해

  • 입력 2003년 9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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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제공키로 했던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당초 1일까지 경수로 건설의 핵심부품인 배수탱크를 북한에 보낼 예정이었으나 최근 북핵 문제의 여파로 인해 이를 제공하지 않았다. 최근 국내외에선 “9월 1일 선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경수로 사업은 물 건너 간 셈이고, 북한이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해 왔다.

▽일시 중단은 불가피=경수로 사업의 앞날과 관련해 그동안 미국은 완전 중단(ter-mination), 일본은 잠정 중단(suspension), 한국은 명맥 유지 차원의 사업 지속을 주장하며 3국의 입장을 조율해 왔다.

정부 당국자들은 올봄까지만 해도 낙관적이었으나 최근엔 경수로 사업의 장래를 우려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1일 “모든 결정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원자로를 지어줄 수 없다고 강경히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선 일본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일시중단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6자회담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절대로 경수로를 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에 제공키로 한 한국형 경수로는 플루토늄을 ‘몰래’ 재처리하기가 어렵지만, 북한이 ‘드러내 놓고’ 재처리할 경우엔 이를 막을 방법이 없어 미국 공화당 정부 인사들이 고개를 젓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2차 북한핵 위기가 터진 뒤 공사 진척이 미미한 가운데 인부 인건비, 공사현장 유지관리 비용, 발주해 둔 주요 부품의 보관비용 등으로 하루에 100만달러(약 12억원) 가까이 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 일각에선 경수로 사업에 관한 청문회가 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 조언=정부는 6자회담이 성공하면 경수로 사업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통일연구원 전성훈(全星勳) 박사는 “정부가 북한의 책임으로 파경에 이른 경수로 사업에 근시안적으로 매달릴 경우 앞으로 대미 협상력을 잃을 수 있다”며 “경수로 발전시설은 통일 후에도 필요한 만큼 KEDO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수로 건설사업을 잠정 중단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출입은행 배종렬(裵鍾烈) 선임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압박카드로 사용하는 ‘경수로 사업의 속도조절론’은 실효성보다는 북한 주민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큰 만큼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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