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검찰관련 발언 파문]檢 "수십억 수뢰가 별것 아니라니…"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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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청와대와 검찰간에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는 28일 검찰과의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검찰은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검찰권 행사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전날 발언과 관련해 검찰 권력에 대해 견제는 하겠지만 검찰을 장악하거나 통제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럼에도 여권 내에서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발언은 노 대통령이 여권의 목소리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검찰 감찰권의 법무부 이관 문제를 놓고 검찰이 반발한 데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최근 단행된 평검사 인사에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이 전혀 관여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감찰권 이관 문제 역시 이미 3월 법무부 업무보고 때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에게 지시한 사항이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검찰 견제방식이 어떤 형태로 실현될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또 ‘현대비자금 150억원+α’ ‘굿모닝시티 분양비리 의혹’ 사건 수사과정에서 모처럼 정치권에 대한 엄정수사를 통해 검찰의 위상을 회복하려던 시기에 문제의 발언이 나오자 진의 파악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송 총장은 28일 아침 출근길에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손사래를 치며 말문을 닫은 채 서둘러 집무실로 들어갔다.

반면 일부 검사들은 “검찰총장이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야당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검찰협박’ ‘폭탄테러’ 운운하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박주천(朴柱千) 사무총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법조인 출신인 노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모독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을 위협해 측근세력과 민주당 실세에 대한 검찰 수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으로 폭탄테러와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송태영(宋泰永)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권 독립에 대한 협박으로 검찰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검찰에 대한 압박과 장악 기도는 국민의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이 27일 전남 광양에서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별 것 아닌 문제’라고 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는 알선수재 등 권력형 비리다.

차남 홍업(弘業)씨는 지난해 6월 성원건설 등으로부터 각종 이권 청탁과 함께 4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5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벌금 4억원, 추징금 3억6000만원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또 홍업씨는 6월 서울지검의 한국전력 석탄납품 비리 수사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추가 기소된 상태다.

3남 홍걸(弘傑)씨는 지난해 5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청탁 대가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대가성이 인정돼 기소된 액수는 15억9000만원. 홍걸씨는 12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억6000만원이 선고됐다.

장남 김홍일(金弘一) 민주당 의원은 6월 나라종금을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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