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10년내 자주국방” 열흘 뒤 “국방비 대폭 증액 힘들어”

  • 입력 2003년 8월 2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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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내 자주국방을 장담했던 대통령의 약속은 공약(空約)이었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경제일간지 합동회견에서 당초 목표했던 국방예산의 증액이 힘들다고 시인하자 국방부는 26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내년 국방예산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끌어올리려 했지만, 빡빡하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근거로 “2004년 국방예산은 GDP 대비 3%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편성한 올 국방예산은 GDP 대비 2.8%인 18조원 규모로, 국방부는 최근 GDP의 3.2% 수준인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바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자주국방은 구체적인 예산을 감안한 ‘로드 맵(단계적 추진계획)’이 아니라 큰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예산증가율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을 GDP 대비 3%까지 인상하면, 내년 예산증액분 가운데 (복지 교육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입될) 상당액이 국방비로 쓰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자주국방에 필요한 각종 첨단전력 확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국방 분야에 GDP의 3.2∼3.5%를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역설한 ‘10년 내 자주국방론’은 이런 계산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군 내부에선 국방비가 노 대통령의 발언처럼 내년에 1조원 정도(GDP 대비 2.95%로 높이는 것을 가정) 늘어나는 데 그칠 경우 굵직한 전력증강사업 중 상당수가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자주국방을 강조할 때마다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군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자주국방을 위한 첨단전력을 위한 수십조원대의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우선 지적됐다. 또 노 대통령이 ‘나홀로 국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까지 거론한 것이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한국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 온 미국의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겉으론 ‘전수(專守)방위’를 내세우며 물밑에서 군사력을 확충해 온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자주국방은 이상이나 구호가 아니라 철저히 현실과 국가적 손실을 따져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20년간 전력증강 소요 예산
구분소요 투자비대상 무기, 장비, 부대
전략적 억제전력약 56조원정찰위성, 중장거리 정보수집체계, 중거리 지해공 미사일, 3000t급 중잠수함, 공중공격편대군 전력
신속대응전력약 98조원공중조기경보통제기, 차기유도무기, 차기구축함, 육군 기동군단, 항공부대 및 특전부대 편성장비
기반 전력약 55조원육군 지역군단 개선, 해군 해역함대 개선, 공군 지원기 개선 등
합계약 209조원

한국국방연구원(KIDA), 참여정부의 국방비전과 적정국방비.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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