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경제일간지 합동회견에서 당초 목표했던 국방예산의 증액이 힘들다고 시인하자 국방부는 26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내년 국방예산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끌어올리려 했지만, 빡빡하다”는 노 대통령의 말을 근거로 “2004년 국방예산은 GDP 대비 3%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편성한 올 국방예산은 GDP 대비 2.8%인 18조원 규모로, 국방부는 최근 GDP의 3.2% 수준인 내년도 국방예산안을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바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자주국방은 구체적인 예산을 감안한 ‘로드 맵(단계적 추진계획)’이 아니라 큰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적인 예산증가율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을 GDP 대비 3%까지 인상하면, 내년 예산증액분 가운데 (복지 교육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투입될) 상당액이 국방비로 쓰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자주국방에 필요한 각종 첨단전력 확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국방 분야에 GDP의 3.2∼3.5%를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역설한 ‘10년 내 자주국방론’은 이런 계산과 거의 일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군 내부에선 국방비가 노 대통령의 발언처럼 내년에 1조원 정도(GDP 대비 2.95%로 높이는 것을 가정) 늘어나는 데 그칠 경우 굵직한 전력증강사업 중 상당수가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자주국방을 강조할 때마다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군 안팎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다.
정찰위성과 공중조기경보기(AWACS) 등 자주국방을 위한 첨단전력을 위한 수십조원대의 예산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우선 지적됐다. 또 노 대통령이 ‘나홀로 국방’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까지 거론한 것이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한국 국방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 온 미국의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겉으론 ‘전수(專守)방위’를 내세우며 물밑에서 군사력을 확충해 온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자주국방은 이상이나 구호가 아니라 철저히 현실과 국가적 손실을 따져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20년간 전력증강 소요 예산 | ||
구분 | 소요 투자비 | 대상 무기, 장비, 부대 |
전략적 억제전력 | 약 56조원 | 정찰위성, 중장거리 정보수집체계, 중거리 지해공 미사일, 3000t급 중잠수함, 공중공격편대군 전력 |
신속대응전력 | 약 98조원 |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차기유도무기, 차기구축함, 육군 기동군단, 항공부대 및 특전부대 편성장비 |
기반 전력 | 약 55조원 | 육군 지역군단 개선, 해군 해역함대 개선, 공군 지원기 개선 등 |
합계 | 약 209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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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방연구원(KIDA), 참여정부의 국방비전과 적정국방비. |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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