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D-2]회담결과 낙관만은 못해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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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샤발
피에르 샤발
지난해 10월 (북한의 우라늄 핵개발 공개) 이래 북한은 동북아시아를 전쟁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네 가지 측면에서 한반도 문제를 진단해보자.

첫째, 그동안 한반도와 관련한 전략적 결정에 대한 미국의 관여는 다소 일방적이었고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임기응변식에 머물러 왔다. 1945년 미소 합의에 의한 한반도 분단이 그랬고 1994년의 북-미협약을 지금에 와서 백지화하려는 것, 그리고 경수로 개발 계획 지원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1997년에는 4자회담을 지지했다가 2003년 4월에는 북한이 3자회담을 요구하자 받아들인 것도 그렇다.

둘째, 북한의 협상방식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실리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속으로는 장기적 계산에 따른 ‘비장한 계획’을 은닉하고 있다. 북한은 선수를 쳐 위기를 유발하고 협상 발표로 그들에 대한 의구심을 잠재우면서 협상 때까지 시간을 번다. 또 협상 때마다 협상을 무산시키는 발언을 함으로써 다음 협상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식으로 시간벌기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1993년에 이어 2002년 10월 또 다시 핵 위기를 유발했는데 그들이 선택한 발표 시기는 미국이 이라크전쟁 준비로 여념이 없던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간벌기 작전으로 북한은 10년 동안 핵을 개발해 왔다.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 발언’을 해 또 한번 회담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것 역시 시간벌기 작전의 일환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한반도에 대해 임기응변적이고 과시적 효과를 누리는 정책을 펴고 북한은 북한대로 계획적이고 타산적인 정책을 반복하고 있으니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북-미 양자회담을 포장한 것에 불과한 허울 좋은 6자회담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본다. 회담에서 북한은 핵무기 생산 및 사용 능력 등을 밝히는 식의 보다 구체적인 발언을 통해 세계를 경악시키고 결국은 또 다시 회담을 무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그렇다고 한반도의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중국이 10여년 전부터 펴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재편성 계획에 한반도 문제를 포함시켜 진지하게 다룬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중국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동아시아에서 주역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또 한번 표현했다. 97년부터 열린 4자회담에 다소 수동적으로 참여했던 중국이 올해 4월 3자회담과 다가오는 6자회담에서 적극적인 중개자로 나선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번 6자회담은 중국이 과연 동북아의 리더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장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그만큼 부담스러울 것이다. 6자회담의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북한의 무기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등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중국의 적극적 관여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6자회담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냉전이 끝난 지 12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한반도 주변 4대 강대국 중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없다. 이들 4대 강대국 가운데 누구도 한반도 통일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통일되고 안정된 한반도의 경쟁력은 자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넷째,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협상 테두리를 6개국에 한정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자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남북한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자적 북한 핵 위기관리는 우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고 다음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같은 세계 지역간의 교류 무대로까지 넓혀야 한다.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북핵 문제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것도 한반도를 도구화해 온 4대 강대국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피에르 샤발 (프랑스 르아브르대 교수·국제정치학)

▼피에르 샤발 교수 약력▼

▽약력 △1960년 프랑스 랑그도크 출생 △그르노블 정치학대학 박사(정치학)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옥스퍼드대 연구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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