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기반성으로 열린 리더십을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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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초기의 시행착오와 혼란이 가시고 모두가 안정을 되찾아 다시 뛸 시기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 목표와 전략에 대한 국민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이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취임 초의 70%대에서 30∼40%대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라고 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노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을 지배하고 이를 통해 나라 전체를 틀어쥐고 가던 권위주의 시대에서 분권과 균형 발전의 시대로 넘어가는 데에 이만한 고통은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탈(脫) 권위주의의 바람이 머지않아 사회 전체를 발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과도기적 고통을 두려워할 국민은 없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이다. 참고 견디면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고통은 이겨낼 수 있다. 이 정부가 그런 믿음을 주었고 앞으로도 줄 수 있을 것인가. 솔직히 회의적이다. 답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찾아야 하고 대통령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자신에게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세상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편협한 인식을 가지고서는 통합의 큰 정치를 펼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듯이 비판세력 또한 모두가 기득권이나 지키려는 반(反)개혁적 수구세력이 아니다. 청와대 개편 인사를 보고 민주당 내 지지 의원들까지 “도와주고 싶은 마음조차 없어졌다”고 한 이유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남남(南南)갈등, 노사갈등, 한미관계처럼 중요한 국정현안을 다루는 방법과 스타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은 갈등의 조정자이지 당사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어느 한 쪽 편을 든다고 국민이 생각하는 순간 문제는 꼬이고 커진다. 대통령답지 못한 편들기와 전투적인 언어로 갈등을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 언론과의 불필요한 긴장관계도 그 중 하나다. 국정홍보처 차장이 해외언론에 대고 일방적으로 국내 언론을 왜곡 비난하는 것과 같은 일들이 벌어져서야 되겠는가.

대통령의 리더십은 종합적인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을 정책적, 행정적, 입법적, 대중적 리더십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최고통치자의 리더십은 그 폭과 깊이를 실로 헤아리기 어렵다. 국가목표가 달성될 것인가, 법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인가, 행정부처가 유기적으로 잘 돌아갈 것인가와 같은 것들이 모두 대통령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탈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이라면 그만큼 열린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고 어떤 의견에도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이제 자신을 얽매고 있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코드 의식’과 과도한 승부욕을 버리고 포용과 통합의 마음으로 모두를 껴안고 가야 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남은 임기는 지난 6개월과는 다를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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