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협 합의서 발효는 됐지만

  • 입력 2003년 8월 1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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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남북경협합의서가 발효된다. 남북 당국이 상대 지역에서의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4대 경협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2000년 12월이었다. 그동안 2년8개월 동안 허송세월을 한 셈이니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더욱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경협합의서가 앞으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경협합의서 발효가 이처럼 늦어진 책임은 근본적으로 북한에 있다. 야당이 그동안 국회 비준에 반대해 왔다고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무리하게 대북(對北) 투자를 시도할 기업은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경협이 본격화되리라고 낙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진정 경협 확대와 이를 통한 경제 회생을 원한다면 핵 포기를 비롯해 ‘정치적 장벽’부터 제거하는 것이 선결 과제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경협합의서 발효를 계기로 한국기업이 북한에 투자한 자산을 담보로 인정해 남북협력기금 대출을 쉽게 하고, 대북 투자 후 정치적 이유로 손실이 날 경우 보전해 주는 등 후속조치를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경협 활성화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또 다른 정경유착의 폐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런 일방적인 조치가 아니라 남북경협에 올바른 제도와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다.

경협은 장기적으로 남북한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도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경협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은 역시 이윤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두어야 한다. 이를 무시한 결과는 지금 수렁에 빠져 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정부는 ‘제2의 현대’와 같은 불행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경협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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