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월 구상’, 희망이 보인다

  • 입력 2003년 8월 8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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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7일 북핵 해법으로 ‘대북 서면 안전보장과 의회 결의’ 방식을 제시했다.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6자회담을 앞두고 당사국들이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하는 단계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예사롭지 않다. 파월 장관은 하루 전에는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 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방문해 6자회담 전략을 숙의했다. 파월 장관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미 정부의 구상’으로 판단해도 무방할 것 같다.

북한의 불가침협정 체결 요구와는 거리가 있지만 미 정부가 서면으로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미 의회가 결의 형태로 지지한다면 사실상 협정 수준의 효력이 있을 것이다. 정권의 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기존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북한은 미국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계속 불가침협정뿐이라고 고집하면 실제로는 핵 보유가 목표라는 국제사회의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북한은 파월 장관의 구상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읽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북한은 특히 ‘대가 없는 선(先) 핵포기’를 주장하던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변화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체제보장은 물론 경제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전반적 분위기를 대변한다. 북한은 핵의 포기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질 자신들의 미래를 잘 헤아려야 한다. 평화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순응하는 것이 북한의 갈 길이다.

파월 장관은 북핵 논의에 참가하는 국가들이 공동으로 안전보장을 해주는 방법도 제시했다. 실패로 끝나가고 있는 제네바 합의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 대화에 참여하는 남북한 미 일 중 러의 6자가 나름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담이 북한과 미국이 중심이 되고 4개국은 들러리 노릇을 하는 ‘2+4’ 방식이 되면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어느 누구보다 핵심 당사국인 우리가 보조 역할로 물러서서는 안 된다. 북한에 제시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음 주 열리는 한미일의 실무협의가 3국의 물샐틈없는 공조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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