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나라 새 리더" 당권주자 6명 열띤 공방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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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권 주자 6명이 29일 밤 첫 합동토론회인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저마다 당의 개혁과 변화를 선도할 적임자라고 주장하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이날 토론은 당권 레이스가 뚜렷한 선두주자 없이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에게 공개된 첫 대결이어서 당 안팎의 큰 관심을 끌었다.

주자들은 일제히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지적하며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토론 초반부터 상대 후보의 약점을 공격하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을 벌였다. 모두발언 순서는 추첨으로 정했다.

‘한나라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주제로 한 모두발언에서 서청원(徐淸源) 의원은 “지금 나라가 어디로 가는지 큰일 났다. 그런데도 나라 살리기에 전념해야 할 대통령이 신당 타령이나 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반성 속에서 혁명적 발상을 통해 국민이 의지할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개혁세력의 대변자’를 자임했다. 그는 먼저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변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당내 개혁 세력을 대표하여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표가 되면 경제정책개발에 주력해 ‘한나라당 하면 경제, 경제 하면 한나라당’이라고 할 정도로 당의 브랜드를 높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최병렬(崔秉烈) 의원은 “경험 없는 사람이 젊음만 믿고 있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냐. 국민이 기댈 언덕이 없다. 한나라당이 노 정권의 잘못을 강력 견제해야 한다”며 ‘강한 야당론’을 내세웠다. 그는 또 “대표가 되면 다양한 국정 경험과 소신 있는 추진력으로 불안한 국정을 확실하게 바로잡겠다”며 ‘원숙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강재섭(姜在涉) 의원은 “나는 노 대통령보다 더 젊다. 국민이 당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게 하려면 싱싱하고 균형감각을 갖춘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며 ‘젊은 리더십’과 ‘50대 지도자론’을 내세웠다. 그는 이어 “대표가 되면 강한 민생 야당, 강한 정책 야당을 만들겠다”며 “지역주의 정당에서 벗어나기 위해 호남 충청 수도권 출신을 당직과 비례대표에 대거 발탁해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김형오(金炯旿) 의원은 “낡은 생각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젊은 리더십으로 당을 바꾸고 낡은 제도와 낡은 정치문화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고,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변화의 시대에는 변화에 걸맞은 지도력이 필요하고 변화의 핵심은 새 인물”이라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총무-정책위장-지역대표 경쟁도 '후끈'▼

한나라당 당권을 놓고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대표와 선출직인 원내총무, 정책위의장 자리를 둘러싼 ‘국지전(局地戰)’의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시·도 운영위원=사실상 ‘지역사령관’이나 다름없는 16개 시도 운영위원(임기 2년, 정원 40명) 경선이 후보 조정을 둘러싼 지구당위원장들간 신경전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시도 운영위원은 경선이 원칙이나 합의로 결정할 수도 있다.

현재 합의가 성사된 곳은 충북(1명)과 강원(2명) 등 2곳뿐. 충북은 신경식(辛卿植) 의원, 강원은 최돈웅(崔燉雄) 한승수(韓昇洙) 의원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경기(7명)에선 이규택(李揆澤) 이해구(李海龜) 의원 등 10여명이 비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혀 경선이 불가피해졌고, 시의회 의장까지 출마 의사를 표명한 서울(7명)에서도 10여명의 주자가 도전장을 냈다.

충남(2명)은 도지부장 유한열(柳漢烈) 의원과 홍문표(洪文杓) 제2사무부총장이 표를 다져온 가운데 원외 위원장 2명도 출마 뜻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합의추대론이 우세했던 영남도 경선 쪽으로 돌아섰다. 부산(3명)은 3선 이상 중 1명, 재선 중 2명을 추대하기로 의견이 모이는 듯 했으나 일부 다른 의원들과 시의원들의 반발로 후보추대론은 무산될 듯한 분위기다.

경남(3명)은 일찌감치 김동욱(金東旭) 윤한도(尹漢道) 김학송(金鶴松) 의원으로 정리되는 듯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경북(3명)은 이상득(李相得) 이병석(李秉錫) 의원 등 7명, 대구(3명)는 이해봉(李海鳳) 안택수(安澤秀) 의원 등 4명이 이미 출마 의사를 표시해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총무 및 정책위의장=국회의원 직선으로 선출하는 원내총무는 원내정당화 방침에 따라 권한이 커진다. 홍사덕(洪思德) 박주천(朴柱千) 김문수(金文洙) 임인배(林仁培) 의원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들이 선출하는 정책위의장 자리에는 29일 ‘50대 최고경영자(CEO)형 의장’을 주장하며 출마를 선언한 주진우(朱鎭旴) 의원을 비롯해 전용원(田瑢源) 김만제(金滿堤) 홍준표(洪準杓) 이강두(李康斗) 김용균(金容鈞) 의원 등이 표밭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총무나 정책위의장 선거는 6·26 전당대회 이후로 예정돼 있어 결국 새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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