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호의로 수십억씩 땅 사주나"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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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일반거래와 다른 ‘호의(好意)’ 거래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을 달리하거나 어떤 이득을 주고받은 것은 없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8일 친형 건평(健平)씨의 재산의혹과 생수회사 장수천의 채무변제 과정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일부 부동산 거래가 ‘호의적 거래’였지만 어떤 ‘압력행사’나 범법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4월 건평씨의 처남 민상철씨 소유의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땅을 박연차(朴淵次) 태광실업 회장이 매입한 것과 2002년 8월 박모씨가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李基明)씨의 경기 용인시 땅 2만평을 매입한 것을 설명하며 ‘호의적 거래’라는 말을 썼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강조한 ‘호의’에 대해 ‘아무리 친밀한 사이더라도 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거래에서 순수한 의미의 호의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 상대방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29일 ‘호의적 거래’에 대해 “통상적인 관계의 거래가 아니라 서로 뭘 좀 도와주기 위한 복합된 거래를 의미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노 대통령은 거래 상대방이 ‘압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해석을 비판했다.

부동산의 거래대금 규모와 대통령 후보라는 특수한 지위로 볼 때 ‘호의적 거래’라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정책실장은 “수천만원도 아니고 20억원가량의 용인 땅을 단순히 호의로만 사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후보라는 당시 지위로 볼 때 이 거래에는 공적인 이해득실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호의적 거래’에 대해 ‘포괄적 뇌물 요구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포괄적 뇌물 요구죄는 대통령 후보자라는 특수한 지위를 통해 실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땅을 시가보다 높게 사라고 요구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시가보다 높게 사라고 요구한’ 흔적이 없어 이 혐의가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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