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상 국방보좌 "北 태도 변화 없으면 회담 한번 깨도 된다"

  • 입력 2003년 5월 2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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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중장 출신인 김희상(金熙相) 대통령국방보좌관은 청와대 안에서 ‘한국의 럼즈펠드’로 불린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내의 대북 강경론자인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처럼 청와대 내에서 보수적인 대북노선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보좌관은 22일 기자들과 만나서도 남북 경협추진위와 관련해 “우리가 급할 게 없다. 북한도 비료든 식량이든 당장 급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나아가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우리측 대표단이) 그냥 내려올 수도 있다. 이번에 한 번 정도 그냥 이렇게 가는 것도 방법이다. 북한은 다시 응하게 돼 있다”며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김 보좌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17일 밤 KBS 1TV 심야토론에 출연해서도 “(북한은) 핵이 없을 때도 ‘서울 불바다’로 공갈친 사람들이다. 만약 실제로 핵을 갖게 되면 우리는 상시적인 위협에 시달려야 하고 설사 평화가 유지돼도 ‘노예적인 평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김 보좌관의 이 같은 역할은 진보 개혁적 보좌진이 다수인 청와대 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한다는 평을 듣는다.

제주 4·3사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만이 “당시 군경 희생자도 있는데 그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며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중동전쟁’이라는 전사(戰史)를 저술한 김 보좌관은 전략통답게 이라크전 개전 직후 “앞으로 3주일이면 전쟁이 끝날 것이다”고 정확하게 예측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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