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北송금 주체-대가 확인 앞두고 수사 난항

  • 입력 2003년 5월 1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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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예정됐던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소환이 일주일 이상 연기되면서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한차례 고비를 맞는 듯한 양상이다.

정 회장은 대북 송금이 남북정상회담의 대가였다는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핵심인사 중 한명. 송금 경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2000년 3월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宋浩景)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의 첫 접촉을 주선하는 등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도 깊이 개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정 회장의 ‘입’을 통해 ‘돈의 성격’을 재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김대중(DJ) 정권 핵심 인사들을 압박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15일 김재수(金在洙) 전 현대 구조조정본부장의 소환 취소에 이어 정 회장의 소환까지 연기됨에 따라 특검 수사가 암초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 회장의 소환 연기 요청은 정 회장과 DJ 정권 핵심부 사이에 진술 수위를 조율하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 쪽에서 생각할 게 많은 것 같다. 시간이 문제”라며 “강제조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일단 양측의 의견 조율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특검팀의 의도대로 ‘시간’이 정 회장의 ‘입’을 열게 만들 묘약이 될 수 있을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식회계’ 조사 등 특검팀의 다양한 카드 때문에 현대측이 그동안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북 송금의 결정 및 지시를 한 사람에 관해 진술한다는 것은 극히 예민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 회장 등이 입을 열기가 쉽지 않다.

현대측이 ‘뜨거운 감자’를 덥석 물다 자칫 낭패를 보게 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이기도 하다.

특검의 한 관계자가 “DJ를 포함해 임동원(林東源), 박지원 등 ‘국민의 정부’ 핵심 인사들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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