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북 송금, 정상회담 대가였다면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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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북한에 비밀 송금된 5억달러의 성격이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따른 대가’라는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잠정 결론 내용은 짐작했던 일이면서도 새삼 국민을 분노케 한다. 그동안 김대중 정부가 ‘대북 송금한 돈은 현대와 북한의 경협 대가’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성사된 6·15 남북정상회담을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임기 말이었던 2월 김 전 대통령은 “현대의 대북 송금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했다”고 주장해 송금의 주체가 현대인 것처럼 말했다.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도 ‘민간차원의 경제협력’이라고 말해 정부가 송금을 주도하지 않은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대북 송금이 국가정보원 주도로 이뤄지고 특히 2000년 6월 9일 북한에 송금된 현대상선 2억달러의 경우 국정원이 송금을 맡은 외환은행측에 “미국의 중앙정보국과 해외자산관리국의 자금추적에 걸리지 않게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던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대북 송금의 주체는 현대가 아닌 김대중 정부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대북 송금이 남북정상회담 대가였다면 ‘돈을 주고 정상회담을 샀다’는 얘기다. ‘DJ식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 돈을 ‘평화비용’이라고 강변하겠지만 막대한 현금이 북한의 핵개발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전쟁비용’을 제공한 ‘이적행위’에 해당하는 일이다. 동맹국 몰래 ‘적성국가’에 용도가 불분명한 현금을 건네는 ‘뒷거래식 햇볕정책’으로 인해 한미관계를 악화시킨 책임도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려던 목적이 순수했더라면 이런 식으로 무리해가며 추진할 필요가 있었을까. 잘못된 출발 때문에 남북관계는 계속 잘못된 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송 특검팀은 남북관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북 송금의 진상을 철저하게 밝혀 정부가 교훈을 얻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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