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論 e메일' 파문확산]靑-민주 "화내는 사람 제발 저린것"

  • 입력 2003년 5월 9일 18시 46분


코멘트
9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왼쪽)이 노무현 대통령의 ‘잡초론’을 언급하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9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희태 대표권한대행(왼쪽)이 노무현 대통령의 ‘잡초론’을 언급하며 쓴웃음을 짓고 있다. -서영수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국민 500만명에게 보낸 e메일에서 제기한 ‘잡초 정치인 제거론’의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잡초론’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노 대통령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에 노 대통령과 청와대는 해명과 진화에 나섰으나 여진(餘震)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논란이 된 ‘잡초’ 표현과 관련해 “정치를 하면서 (느낀) 원론적인 이야기로, 국민의 적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수십번 쓰고 다닌 얘기였다”며 “오해의 빌미가 됐다면 아무 저의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테니 너그럽게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도 “노 대통령이 ‘잡초’란 표현만 하지 않았을 뿐 대선후보 때부터 계속 해온 얘기이고, 특정인을 지목하지도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한나라당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현재의 정치구도를 ‘낡은 정치세력 대 신진 개혁세력’으로 재편하겠다는 여권의 신당 논의와 맥이 닿아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단체를 동원한 ‘낙선운동’도 펼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이 자신과 ‘코드’가 맞지 않는 정치인들을 잡초라고 매도하면서 이를 제거하자고 국민을 선동한 배경엔 분명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순한 정치적 저의와 복선이 깔려 있다”며 “대의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대단히 위험하고 무서운 ‘포퓰리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또 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초당적 지지가 절실한 마당에 자칫 ‘편가르기’로 이어질 수 있는 언행을 한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방미 전 여야가 정쟁을 중단하자고 했지만 노 대통령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정치권에 벌집을 쑤셔놓고 떠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고,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은 편가르기, 정당 만들기를 그만두고 산적한 국정현안 처리에 전념하라”고 가세했다.

반면 민주당 신주류측 신기남(辛基南) 의원은 이날 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노 대통령이 조목조목 잘 지적한 네 부류의 정치인은 ‘잡초’가 분명하지 않으냐. 잡초는 당연히 뽑아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주당 내 일각(구주류측)에서 ‘잡초론’에 발끈하며 화를 내는 사람들은 제 발 저린 것 아닌가”라고 역공을 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한나라 "e메일통한 정당활동 불법 명백"▼

한나라당은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보낸 ‘잡초 같은 국회의원은 뽑아내야 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에 대해 몇 가지 법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문수(金文洙) 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자우편을 통한 정당활동의 홍보는 정당이나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에게만 할 수 있다’는 중앙선관위의 올 1월 유권해석을 근거로 선관위에 노 대통령의 메일이 선거법위반이 아니냐고 문의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 의원을 배제하기 위한 잡초 제거 주장은 민주당이 진행 중인 신당창당 논란의 핵심 내용으로, ‘정당 활동’의 홍보가 분명한 만큼 불법행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출마를 앞둔 국회의원이 자기 홈페이지의 회원이 아닌 다중(多衆)에게 전자우편을 보낸다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만 출마 계획이 없는 대통령이 보낸 집단메일은 선거운동이 아니라 대(對)국민 직무행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정당활동 홍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아이러브스쿨이 청와대의 정치색 짙은 선전 문구를 어버이날 메시지로 이해했다면서 500만 회원에게 뿌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며 “시스템 운영자가 보내는 집단메일을 받겠다고 동의한 500만 회원은 이 회사 약관이 적시한 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목적으로’에 동의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스쿨 천철우 팀장은 이에 대해 “수익사업을 위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 공익기관과 제휴해 공익메시지를 보내 온 관행대로 처리했을 뿐 위법 요인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또 ‘회원의 동의 없이 협력업체나 광고주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아이러브스쿨의 약관 위반을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가입자의 메일 주소를 넘겨받아 직접 보낸 것이 아니고 아이러브스쿨측에 의뢰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