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사장 의결 法효력 논란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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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이사장 지명관·池明觀)가 지난달 23일 정연주(鄭淵珠) 전 한겨레 논설주간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하면서 방송법에 명문화된 ‘재적이사(11명) 과반수’인 6명의 찬성을 얻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의결의 효력에 대한 법률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사장 선임 결정투표에는 11명의 이사 중 9명이 참가해 정연주씨가 5표, 류균(柳鈞·현 KBS 보도본부 보도위원) 전 정책기획센터장이 4표를 얻었다. 곽배희(郭培姬) 황정태(黃正泰)이사는 각각 남편(김종철 전 연합뉴스 사장)과 본인이 사장 후보로 추천돼 이사회와 투표에 참석하지 않았다.

방송법 제46조 7항에는 ‘KBS 이사회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문화되어 있다.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조항은 없다. KBS 재적이사는 이사장을 포함해 11명이므로 정 사장이 얻은 5표는 재적 과반수에 1표가 모자라는 것이다.

KBS 이사회는 3월22일 서동구(徐東九)씨를 사장으로 선출할 때에는 다섯 차례의 투표를 거쳐 재적 과반수(6명)로 서씨를 임명 제청하기로 의결했었다.

지 이사장은 정 사장 선출 건에 대해 “재적 과반수에는 못 미치나 출석이사 과반수로 정 사장이 선출됐다”며 “문제의 소지는 있었으나 이사진에게 물었더니 ‘승인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사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KBS 정책기획센터의 김학래(金學來) 주간은 “당시 KBS 이사 9명이 정 사장의 임명제청에 동의하는 이사회 회의록에 사인했으므로 9명 이사 전원이 정 사장 선출에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장 선출 행위와 임명 제청동의에 서명하는 행위는 서로 다른 법적 절차이므로 이사회가 의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법 전문가인 홍익대 법학과 방석호(方碩晧) 교수는 “예외 규정이 없는 한 모든 의결은 규정(재적 과반수)대로 해야 하며 이번 KBS 정 사장 선출건은 이사회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범(李俊範) 변호사는 “출석 과반수에 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재적 과반수가 안 되는 5명의 찬성만으로 사장을 선임했다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KBS측은 동아일보의 이사회 관련 기록 공개 요구에 대해 “최초 후보 60명에 대한 추천서와 최종 결정문 외에 이사들의 개별 발언록이나 추천 내용, 중간 투표 결과의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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