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선 '美2사단' 가닥 잡힐까

  • 입력 2003년 5월 1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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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경기 파주와 동두천에 주둔 중인 미 2사단의 주둔 여건 개선을 전제로 ‘현 위치 고수’를 미국 정부에 적극 제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부지와 비용 확보 등 물리적 어려움과 안보공백 초래 우려 등 전략적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미 2사단의 병력과 장비를 이전할 부지 마련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 미 2사단은 1만4000여명의 병력과 300여대의 전차와 장갑차, 70여대의 공격용 헬기, 30문의 다연장 로켓포(MLRS) 등 막대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이 큰 부대가 주둔하기 위해서는 최소 300만평 이상의 부지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한 땅이 없다는 것이다. 또 서울 용산기지 이전 외에 추가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기지 이전비용에 대한 부담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측이 최근 용산기지와 미 2사단을 이전하기 위해 오산과 평택 일대에 500만평의 부지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2사단의 한강 이남 재배치가 초래할 안보공백 우려도 정부가 재배치에 반대하는 큰 이유다. 주한미군의 대규모 후방 이전은 국가안전도 하락과 직결돼 상당한 경제 외교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정부 내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현재로선 국민 여론도 미 2사단의 재배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전 부지도 없다. 앞으로 5년 내 이전작업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미 2사단 재배치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실제로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 2사단에 대한 양국간 의견 차이가 가장 크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달 5, 6일 미 하와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2차 회의가 돌연 연기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한미 양국이 목표 시한으로 설정한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까지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1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미 2사단 재배치에 대한 양국간 첨예한 이견을 좁히는 물밑작업이 여러 경로를 통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 2사단의 재배치 문제가 어떤 형태로든 큰 가닥을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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