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核폐기위해 돈 낼 수 없다"…NYT '美 강경기류' 보도

  • 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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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북한 미국 중국의 3자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에 제안한 내용들이 일부 공개되면서 미 행정부 내 반응이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공식적으로 “회담이 매우 유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북한의 제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한국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다음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28일 밝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미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갈려 있긴 하지만 북한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서는 강온파 모두 대부분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미국에 경유 공급, 식량 지원, 안보 보장, 에너지 지원, 경제적 혜택, 경수로 건설 등의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해줄 것을 패키지로 요구하면서 북한은 아주 사소한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제안했다는 미 관리들의 부정적인 평가를 소개했다.

북한의 제안은 전체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핵무기를 해체하겠다는 것이며, 그나마 94년에 동결한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프로그램과 지난해 10월 새로 밝혀진 농축 우라늄 핵 프로그램을 모두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관리들은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의무를 다하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발표하겠다고 제안했으며 자신들이 요구할 것은 전부 망라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28일 “북한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핵 능력과 미사일 활동에 관한 협상을 제안했으나 그 대가로 상당한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한의 조건 없는 선(先) 핵 포기를 요구해 왔고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상당한 대가’를 요구한 북한의 제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에 응분의 보상을 해주지 않겠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인했다. 그는 베이징 회담에서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를 위해 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강경파도 당분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유는 온건파와 다르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북한이 비타협적인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경우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확인해 줌으로써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예상된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경제 제재를 추진하도록 설득할 준비가 돼 있지만 한국 중국 일본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아울러 이라크전쟁이 끝난 뒤 행정부가 당분간은 더 이상의 대결을 꺼리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들도 당장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밀어붙이고 있지 않은 만큼 앞으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점치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한편 파월 장관과 국무부가 28일 회담이 유용했다며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는 한국 중국 일본의 압력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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