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김충식씨 “특검수사 협조” 귀국의사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코멘트
김충식씨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현대상선 4000억원 대출의혹 핵심 인물인 산업은행 박상배(朴相培) 전 부총재,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를 23, 24일 양일에 걸쳐 소환 조사키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22일 현대상선에 대한 산은 대출 관련자에 대한 소환일정 등과 관련, “내일(23일) 1명을 소환 조사한다”며 “모든 것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조사가 순조롭게 풀려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검팀은 산은 대출 외압 의혹과 관련, 엄 전 총재와 박 전 부총재 등을 먼저 조사한 뒤 이근영(李瑾榮) 전 산은 총재에 대해서도 이르면 이번 주중 소환키로 하고 구체적인 소환일정을 검토 중이다.

특검팀은 엄 전 총재를 상대로 지난해 10월 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현대상선 대출은 한광옥(韓光玉) 대통령비서실장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한 경위 등 외압의 실체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박 전 부총재를 소환해 2000년 6월 현대상선에 대한 4000억원 대출이 이틀 만에 서둘러 이뤄진 경위와 이 과정에서 정치권 고위인사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당시 “산은이 ‘동일인 여신한도’ 규정을 위반해가며 신규대출이 불가능한 현대상선에 추가로 4000억원을 대출한 것이나 이사 전결이 가능한 일시당좌대출 형식으로 대출한 것은 정부의 ‘묵인’ 내지 ‘외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금융권 관계자들의 지적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또 측근 인사를 통해 “특검 수사에 충분히 협조하겠다”며 미국에서 귀국할 뜻을 밝힌 김충식(金忠植) 전 현대상선 사장이 조기 귀국할 수 있도록 주변 인사 등을 통해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사장은 당시 대출 관련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았고 이 대출금의 상환에 대해 “현대가 아니라 정부가 갚아야 할 돈”이라고 발언, 이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한 핵심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전날 엄 전 산은 총재가 제기한 ‘한광옥 대출 외압설’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정철조(鄭哲朝) 전 산은 부총재는 이날 “당시엔 현대그룹의 상황이 안 좋아 이 총재와 한 비서실장 사이에 수시로 통화가 있었을 뿐 대출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 전 부총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비서실장과 산은 총재는 수시로 전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파문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2000년 6월 당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문제였다면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을 통해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 대통령비서실장이 산은 총재와 직접 상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로 다른 이유가 있었다는 관측이 금융업계 등에서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특검팀은 지난주 이모 전 산업은행 팀장 등 대출 실무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당시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에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진술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