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메모 공개]北核해결 군사력 대응 시사

  • 입력 2003년 4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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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중 3자회담을 앞두고 20일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정권을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미 국방부의 메모가 공개됨으로써 3자회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정권 축출이라는 미국의 목표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메모는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가 공식적인 정책이 아니다”라고 대외적으로 밝혀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 정권의 교체를 검토해 왔으며, 적어도 북한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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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 발언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러 차례 북한 지도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시해 왔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 행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이번 메모와 연계해 해석해볼 때 그것이 북한에 대한 단순한 압박용 수사(修辭)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방부 내 강경파와 백악관 내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이라크전쟁 승리를 계기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3자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행정부 내에서 강-온파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었다.

미국이 그동안 일관되게 유지해온 다자회담 주장에서 크게 후퇴해 사실상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수용한 것에 대해 강경파들은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핵 재처리를 시작했거나,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 나온 뒤 행정부 내에서는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3자회담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라크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 최종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김정일 정권 축출이라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정보 관계자가 “국방부 내에서는 모두 이라크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파월 장관이 입지를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다음 조치의 주도권을 장악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 내에서 지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 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북한 정권 축출을 위한 파트너로 설정한 메모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성사될 가능성을 믿는 사람도 극소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경우, 북한 난민들이 중국으로 몰려들어올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번 3자회담 성사를 위해 상당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한편 사흘 앞으로 다가온 3자회담을 앞두고 미 강경파의 주장을 담은 메모가 뉴욕 타임스를 통해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그동안 ‘맞춤형 대북 봉쇄 정책’을 비롯해 ‘북한에 대한 국지적 공격’ 등 현실화되지 않은 행정부 내 강경파의 다양한 대북정책을 잇달아 보도해 왔으며, 이것이 여론 탐지용이었을 가능성도 거론돼 왔다.

따라서 이번 메모 공개는 회담 개최에 불만을 갖고 있는 강경파가 회담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언론에 흘렸을 가능성과 함께 3자회담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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