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갈등이나 만들지 말아야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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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에서 24개의 사회적 갈등 안건을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은 정부가 ‘한국병’ 치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갈등해소 없이 국가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들 안건은 대부분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이해가 상충되는 집단간에 몫 다툼을 해온 것들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이해조정안건’ 정도로 부르는 게 옳을 듯싶다.

반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심화되거나 새롭게 불거진 갈등은 안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초등학교 교장의 자살까지 부른 교단갈등, 3·1절 기념행사까지 따로 치르게 만든 보혁(保革)갈등, 그 근저에 깔린 세대갈등 등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본질적인 갈등의 뿌리와 구조에 대한 성찰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24개 과제는 공허하게 느껴진다.

갈등은 반목과 불신의 누적에서 비롯한다. 그리고 막연한 증오와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사회불안을 가중시킨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정치권이다. 특히 집권세력의 거칠고 투박한 개혁추진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는지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몰아붙이기식 언론정책으로 위험수위에 이른 권언(權言)갈등만 해도 그렇다.

취임 후 갓 50일을 넘긴 노무현 대통령이 “DJ정부가 겪었던 실패의 과정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불안감을 토로한 것도 바탕엔 사회적 갈등 증폭에 대한 짙은 우려가 깔려 있을 것이다. 바로 “개혁세력과의 마찰과 갈등이 더 감당하기 어렵다”는 노 대통령의 고백에 문제의 핵심이 담겨 있다. 해법 역시 그 안에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갈등은 끊임없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지지세력에만 집착한다면 우리 사회 도처에서 파열음이 빚어질 게 틀림없다. 따라서 당장 지지세력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고 보혁 양 세력을 아울러야 국정에 균형을 유지하고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 갈등해소가 바로 통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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