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3者회담]中 적극중재…日-러 측면지원도 영향

  • 입력 2003년 4월 16일 0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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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다자대화의 틀로 3자회담을 선택키로 한 것은 수많은 접촉과 협의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다자회담 성사의 출발점을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미(3월26∼29일) 및 방일(3월30∼31일)과 이 과정에서 제시한 북핵 해법 1단계 ‘로드맵(이정표)’에서 찾고 있다. 북-미 양자대화를 포함한 다자대화 구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분기점이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따라 막후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은 3월 하순 첸치천(錢其琛) 부총리가 이끈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하는 한편 대북 원유공급 중단 및 재개라는 강경한 조치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북-미 양자 해결’을 주장하던 중국이 지난달부터 적극 중재에 나선 배경에 한국과 미국의 설득이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윤 장관이 10일부터 사흘간 중국을 방문한 뒤 북핵 해법을 둘러싼 상황이 급진전된 점도 눈에 띈다. 북한 외무성대변인이 12일 다자대화 수용 의사를 밝히자마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물론이고 우리 정부 당국자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한중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다자회담의 형식에 대한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변수는 잭 프리처드 미 대북교섭담당대사와 한성렬(韓成烈)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간의 지난달 31일 뉴욕 접촉. 이 접촉에서 북한은 3자회담이 되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일본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측면지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베이징(北京)에서 5, 6일 이틀간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장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중국을 방문한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의원을 통해 중국 지도부에 북핵 해결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30일부터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한 데 이어 반기문(潘基文) 외교, 김희상(金熙相) 국방, 조윤제(趙潤濟) 경제보좌관은 14일 미국에서 행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등 국경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 외교가 진행됐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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