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외대교수 "盧, 비판언론 수구규정 적대시"

  • 입력 2003년 4월 11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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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정진석(鄭晋錫·64·사진) 교수는 11일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언론의 구조를 바꾸는 일을 주도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 일을 추진했던 과거 정권에도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날 자유지성 300인회(공동대표 여상환·余尙煥)가 서울 YMCA에서 개최한 ‘언론개혁 운동의 실상’ 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해 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거 정권이 ‘사이비 언론’에 대한 개혁을 시도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언론개혁은 ‘언론의 논조’가 문제점이 되고 언론의 소유 형태와 시장점유율이 개혁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신문의 논조와 편집 방침에 대한 의사를 신문구독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발행부수를 인위적으로 억제해 ‘하향평준화’하려는 것은 언론의 자유경쟁과 발전을 억압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은 언론을 두 가지 유형으로 단순화해 호오(好惡)의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를 자신에게 적대적 감정을 지닌 ‘수구 극우언론’ ‘족벌언론’으로 규정해 이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자신에게 우호적인 논조를 취해온 한겨레 MBC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는 친밀감과 신뢰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

특히 정 교수는 언론개혁에는 신문보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고 있는 방송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그러나 노 대통령은 방송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송이 없었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등 호의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노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다고 했는데 언론이 얼마나 힘이 크기에 대통령을 박해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비판과 박해는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김정태(金定台) 전 한국일보 논설위원, 이현기(李鉉基) 전 상업은행장, 윤하정(尹河珽) 전 네덜란드대사, 유지호(柳志鎬) 전 예멘대사 등이 참석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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