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법 공포]민주당-한나라당 반응

  • 입력 2003년 3월 14일 19시 08분


코멘트
▼민주당 "벌어진 입 닫히지 않는다"▼

민주당은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비밀송금 특검법을 공포하자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과의 특검법 협상이 결렬된 직후 의원총회에서 ‘조건부 거부’ 건의를 의결했고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이를 청와대에 전달까지 한 상황에서 당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대통령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으로 존중한다”는 ‘공식’ 논평을 냈지만 당내에선 “의총 결과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느냐”, “특검법이 일단 공포됐는데 한나라당이 재협상에 나서겠느냐”는 등의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동교동계 의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한화갑(韓和甲)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굳은 표정이었고 최재승(崔在昇) 의원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훈평(李訓平) 박양수(朴洋洙) 의원 등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경제도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호남지역 의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신주류측의 한 의원은 “주말에 지역구에 내려가는데 주민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이날 민주당이 ‘특검법 공포 이전 수정안 합의’를 마지노선으로 정하는 등 벼랑끝 전술을 택한 것은 사실 당내 상당수 의원이 호남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복잡한 속사정과도 무관치 않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 인사로 인해 호남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와중에 특검법까지 공포돼 호남지역에서 민심 이반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흥분했다.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 동교동측은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DJ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는 말로 DJ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현명한 결단이다. 대통령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개혁파 의원들도 “대통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그동안 잠복했던 신구 주류 갈등이 특검법 공포를 계기로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동교동계 의원은 “한나라당은 똘똘 뭉치게 됐고 민주당은 분열 직전에 있다. 청와대에 당론을 전달하러 갈 때 구주류인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를 배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신주류측을 비난했다.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한나라 "야-청와대 윈윈게임…相生 협력"▼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만들어낸 윈윈게임이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14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청와대가 여당의 요구를 거부한 건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큰 양보 없이 ‘특검법 도박’에서 승리를 거둔 탓인지 매우 고무됐다.

당내에선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됐다” “잃은 것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주요 당직자들은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신뢰를 표시해준 만큼 앞으로 경제 및 민생 현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청와대와 적극 협조하겠다”며 상생의 정치에 호응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대북비밀송금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특검이 국익에 부합되게 수사를 잘 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든 노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은 대북정책을 투명하게 추진하고 상생의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로 본다”고 환영했다.

또 특검법 승리로 인해 최근 영수회담 과정에서 심각한 리더십 부재를 노출했던 당 지도부가 힘을 얻는 반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검법 재협상과 관련, 한나라당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나 북측인사 실명 비공개 및 북측 계좌 비공개, 수사기간의 적당한 축소 등은 기꺼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특검의 첫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여론이 들끓을 것이므로 대통령이 수사를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대북 송금 절차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DJ정권의 비리의혹 사건들을 파헤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한 당직자는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했던 각종 비리의혹들의 실마리를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