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평검사 토론회]양측의 상호불신

  • 입력 2003년 3월 9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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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회에서 검찰과 권력간의 관계 등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인사를 통해 결코 검찰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취임 후 사건의 진행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검찰의 독립을 존중해 단 한 통의 전화도 안 했다”며 검찰 중립 문제에 관한 한 ‘결백’을 주장했다.

평검사들은 이에 대해 “정치인이 검찰 인사를 하다 보면 사건 처리 등에서 검찰의 독립은 요원하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외부에서 결정된 일방적 인사가 줄대기와 정치적 예속을 조장한다는 것이 평검사들의 주장이었다.

노 대통령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장관은 “검찰 인사 권한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있으며 인사 제청권도 장관에게 있다”는 현행 검찰청법을 재확인했다.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장관의 인사 제청권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강 장관의 의견이었다.

평검사들은 이에 대해 “인사가 일방적으로 진행될 경우 소신껏 수사할 수 없으니 예측 가능한 인사를 단행해 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한 반면 평검사들은 대통령이 인사권을 틀어쥐고 전횡하면 이것이 바로 정치적 독립을 훼손한다는 취지로 대응했다.

이런 주장의 내면에는 정치권과 검찰 사이에서 쌓여온 상호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이를 반영하듯 평검사들은 “역대 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 번도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나도 지금 검찰의 상층부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토론이 진행될수록 불필요한 오해가 일부 해소될 조짐도 보였다. 노 대통령은 토론 말미에서 “평검사 성명서를 보면서 모욕을 당한 느낌도 들었으나 평검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소신껏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취지로 첨예한 대립각을 누그러뜨렸다.

그렇지만 이날 토론회는 시간의 제약으로 충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앞으로 진행될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대통령이 평검사들의 의견을 반영할지와 각종 정치 사건이나 대형 경제사건 수사에서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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