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韓美 동맹]<3>北核을 보는 엇갈린 시각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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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과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긴장이 증폭되고 있으나 북한의 핵개발이 어느 정도 진척돼 있는지에 관해선 한국과 미국간에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는 양국의 북핵 사태 대응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의 입장…"더이상 核도발 용납못해"▼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조지 테닛 미국 중앙정보국(CIA)국장은 지난달 12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지금 아마(probably) 1, 2개의 플루토늄 핵폭탄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보는 것이) 매우 훌륭한 판단”이라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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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장관은 지난해 9월16일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미 국방부는 그의 발언이 논란을 빚자 그 같은 주장의 근거는 CIA 등의 평가로서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CIA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로버트 월폴 전략 핵 프로그램 담당관은 지난해 1월 상원 행정위원회에서 “정보기관은 90년대 중반 북한이 1개, 또는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 전까지 미국은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 전에 핵무기 1, 2개를 생산하는데 충분한 양의 플루토늄을 생산해 전용한 것으로 믿어진다”는 평가를 내렸을 뿐 핵보유를 추정하진 않았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 제네바 합의에 관여했던 전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회의적이다.

한 전직 관리는 “93∼94년 북핵 위기 때 국무부와 CIA는 북한의 핵 능력을 놓고 논란을 벌였다”며 “당시 CIA는 북한이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다 국무부가 증거를 요구하자 이를 1, 2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는 양으로 수정한 바 있다”는 ‘비화’를 전했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핵의 실체와 상관없이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이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경우 추가로 6∼9개의 핵무기를 더 만들 수 있으며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매달 1개 정도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무기나 플루토늄을 다른 불량국가나 테러조직에 판매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재처리 시설 가동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사실상의 ‘한계선(red line)’으로 보고 비상시 영변에 대한 폭격 등 군사대응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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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입장…"제조했어도 조잡한 수준"▼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능력이 아직 ‘초보 단계’여서 단시일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집요한 핵개발 노력을 고려할 때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많은 전문가들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미 7∼22㎏의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최악의 경우 조잡한 형태의 핵무기 1∼3개를 제조했을 개연성도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의 핵심인 고폭장치의 개발 및 실험 완료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북한이 93∼98년 70여 차례 실시한 고폭실험은 고폭장치 조립 이전 단계의 장약 성능 시험이었고, 90년대 이후엔 관련 부품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점을 고려할 때 고폭장치의 개발과 실험을 끝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북한이 지금까지는 핵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려면 적어도 1∼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는 플루토늄 탄에 비해 제조 과정이 간단하지만 현 단계에서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확보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성훈(全星勳)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무기 1, 2개를 생산하기 위한 농축 우라늄 20∼30㎏을 얻으려면 수백개의 소규모 비밀 농축시설을 가동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엄청난 전력이 소요되므로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직 그런 정보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거나 군사 정보망에 의해 이런 움직임이 기정사실화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은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유석렬(柳錫烈)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남한과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의 연쇄적인 핵무장을 촉발시켜 동북아 정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적 제재는 민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현실적으로 한국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

통일연구원 정영태(鄭永泰) 박사는 “미국이 선제 공격을 하는 등 북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제재는 한반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현재로선 외교적 경제적 방안을 통해 북한을 압박, 핵개발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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