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核 강경론 힘얻나…"시간흐를수록 北에 불리"

  • 입력 2003년 3월 3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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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외교적 해법이 주로 거론되던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원자로 재가동에 이어 서방세계가 사실상의 ‘한계선(red line)’으로 설정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가동’마저 넘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온이 교차해온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 기류도 강경쪽으로 쏠리고 있다.

▽백악관의 강경기류〓지난달 중순부터 콜린 파월 국무장관 진영에서 흘러나오던 ‘북한과 직접 대화 용의’ 발언들이 지난주 중반 이후 쑥 들어가 버렸다.

대신 ‘대북(對北) 선제공격 가능성’(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 마련’(뉴욕 타임스), ‘북-미 무력충돌 가능성’(워싱턴 포스트) 등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경고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도 최근 파월 장관과 백악관 참모들에게 “앞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북한과의 1 대 1 협상 가능성을 거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이에 앞서 국무부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이 지난달 4일 하원청문회에서 “다자(多者)구도의 우산 내에서 양자간 협상 용의”를 밝힌 데 대해 매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미 행정부의 기본 입장이 바뀌었다는 조짐은 전혀 없다. 하지만 ‘군사력을 통한 해결’의 대칭개념으로서 ‘외교적 수단’은 여전히 유효할지라도 구체적인 내용물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맞춤형 봉쇄정책’이 대두됐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사라졌으나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강온론의 대립〓현재 미국 내 강온론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 수용 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백악관 내 주류는 “상황은 미국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패할 것이라는 장담이다.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도록 내버려둠으로써 주변국들의 대북 공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특히 북한이 핵무기 제조 돌입 단계까지 가면 중국 러시아 한국도 대북 제재에 호응할 것으로 이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온건론자들은 “(직접 대화를 거부해 온) 백악관의 접근방법이 실패했으며, 시간은 미국편이 아니다”며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보좌관을 설득하고 있다.

온건론자들은 중국과 한국 정부의 성향,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대화를 거부한 채 시간을 보내면 북한은 머지않아 다량의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군사작전 이외에는 수단이 없게 된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대응 방안〓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북한이 핵무기를 다량 제조, 세계질서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강온파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 대책으로 백악관 내 강경론자들은 당분간 이라크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유엔 결의안 채택→유엔을 통한 제재→대북 현금 거래 중단, 무기 수출 해상 봉쇄 등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간다는 구상이다. 그중 어느 단계에서든 북한이 물러설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 것.

물론 백악관은 모든 외교적 수단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 내 강경기류는 ‘북한 핵 시설 폭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불가피할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읽힌다.

현재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북폭 계획은 이 같은 마지막 가능성에 대비, 일종의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으로 입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북 제재에 회의적인 한국 중국 등을 길들이기 위한 엄포용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기홍 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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