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역대정권 핵심인사들의 당부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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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초기 개혁작업을 주도했던 핵심인사들은 노무현(盧武鉉) 신임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순수하고 도덕적이라는 이미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솔선해서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다수 국민을 개혁의 원군(援軍)으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통합과 실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념보다 실용과 국익을 우선하라=도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실용주의적 개혁이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김영삼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국정운영에 너무 도덕적 잣대를 앞세우다 보면 이념형이 되고 독선적으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권력주변의 작은 비리가 전체 개혁의 모습을 망가뜨릴 수 있다”며 YS 정권이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다가 대통령 차남 현철(賢哲)씨의 비리가 터지는 바람에 모든 개혁 성과가 묻혀버린 일을 사례로 꼽았다. 박 의장은 또 “개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일거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걱정된다. 용어선택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솔선과 헌신에서 통합의 동력을 구하라=개혁만능주의에 빠지지 말고 우선 손쉽게 할 수 있는 개혁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YS 정부 초 대통령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김정남(金正男)씨는 “노무현 정권의 일차적 과제는 노 정권에 대해 안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엄격성 도덕성을 갖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혁광신주의 식으로 구호적 개혁만 넘치다 보면 일찌감치 반(反) DJ정서에 버금가는 ‘반 노무현’ 정서가 고착돼 아무 일도 못할 수 있다”며 “YS의 초기 개혁이 먹힐 수 있었던 것은 청와대 앞을 개방하고 재산공개를 솔선하는 등 자기개혁에 엄격했기 때문이지 개혁을 서둘렀기 때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책은 전문가를 존중하라=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견해를 듣고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YS시절 대통령사회복지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세일(朴世逸) 서울대 교수는 “개혁의 목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참여정부’라는 목표는 바른 방향”이라면서도 “개혁의 수단인 정책은 국민 대중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합의에 기초해야 잘못된 정책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혁원군의 확보를 위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중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패한 개혁 경험을 교사로 활용하라=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구분,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과거 실패한 개혁작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YS시절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각범(李珏範) 한국정보통신대 교수는 “실패했던 사람은 왜 실패했는지를 알기 때문에 다시 실패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통해 개혁의 울타리를 적극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혁을 하는 사람이 다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며 “광해군의 개혁이 실패한 것은 정치적 반대파를 용납하지 않고 소수 일변도로 나갔기 때문”이라며 ‘함께하는 개혁’을 강조했다.

DJ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李鍾贊) 전 의원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함께 일했던 경륜가들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예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나이가 같으나 부시대통령은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부친 시대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의 함정에서 벗어나라=여론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고 자만하거나 낮게 나온다고 방황하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DJ시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민주당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대통령이 되고 나면 마치 여론조사가 성적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인기도에 좌우되면 자만하거나 당황하기 쉬운 만큼 의연하게 해나가야 한다”며 “특히 임기 도중 관료에 의존하고 관료에 포위되는 타성에 빠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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