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변화 없이 ‘평화번영’ 가능한가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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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평화번영정책’이라는 이름의 새 대북 정책을 제시했다. 대화를 통한 해결 등 4가지 원칙을 적용해 한반도의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을 이루겠다는 설명이다. 평화와 번영은 임기 5년을 부여받은 대통령이 겨냥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다. 그런 정책이 실현되는 날이 오는 것을 마다할 국민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평화와 번영은 쉽게 우리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은,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수많은 ‘희망사항’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반신반의하는 국민도 많다.

노 대통령이 ‘평화번영정책’을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실현성 있는 카드로 만들려면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남북관계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시급하다. 남북정상회담 등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왜 ‘퍼주기’ ‘끌려가기’ 등의 비판이 치열했는지를 분석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북 비밀송금 사건 등 대북 지원에 대한 진상규명과 불신해소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핵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입하는 국제적 이슈가 됐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주 전투기를 보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으며 취임식 전날에는 미사일 발사실험을 해 일본까지 놀라게 했다. 아무리 탁월한 정책을 제시해도 우리 혼자서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오게 할 수 없다는 증거들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 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현안인 핵문제에서부터 북한을 국제사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평화와 번영을 향한 노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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