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의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평화와 번영은 쉽게 우리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은, 새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시한 수많은 ‘희망사항’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반신반의하는 국민도 많다.
노 대통령이 ‘평화번영정책’을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실현성 있는 카드로 만들려면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남북관계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반성이 시급하다. 남북정상회담 등 큰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왜 ‘퍼주기’ ‘끌려가기’ 등의 비판이 치열했는지를 분석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 대북 비밀송금 사건 등 대북 지원에 대한 진상규명과 불신해소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핵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개입하는 국제적 이슈가 됐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북한은 지난주 전투기를 보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으며 취임식 전날에는 미사일 발사실험을 해 일본까지 놀라게 했다. 아무리 탁월한 정책을 제시해도 우리 혼자서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이 오게 할 수 없다는 증거들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 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가장 큰 현안인 핵문제에서부터 북한을 국제사회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평화와 번영을 향한 노 대통령의 발걸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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