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과 한반도 정세]"北봉쇄땐 核개발 가속화 우려"

  • 입력 2003년 2월 2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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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에서 비롯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국제심포지엄이 25일 일본 도쿄(東京) 아사히신문사에서 열렸다. ‘급변하는 한반도정세-북한의 동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동아일보 21세기 평화연구소(소장 남중구·南仲九)와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회장 주마 기요후쿠·中馬淸福),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소장 루중웨이·陸忠偉)가 공동 주최했다. 주제발표는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과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논설주간, 루중웨이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이 맡았으며 주일 캐나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대사관 관계자와 남궁곤(南宮坤) 경희대 교수, 이종원(李鍾元) 릿쿄(立敎)대 교수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주제발표 내용.》

▽김학준 사장〓북한의 핵 개발 수준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종합하면, 북한이 결심하면 6개월∼1년 내에 핵폭탄을 제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다수의 의견이다. 3개월 내에라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의도에 대해 ‘협박을 통한 협상’을 위해서라는 의견과 체제붕괴의 위기감에서 핵무기를 마지막 ‘생명보험’으로 여기는 선택에서라는 전망이 있다. 어느 쪽이든 북한은 핵무기를 손에 넣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등 주변국은 핵무장한 북한과의 공존이라는 매우 불안한 길을 걷게 된다. 한국에서도 핵무장론이 제기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면 북한 핵시설을 선제공격해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대재앙이다. 또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 미군기지를 보복 공격하면 대참화가 발생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선제공격을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로서는 이 방법이 채택되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결국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며 매우 어렵고 피곤하더라도 외교협상을 통해 설득하는 길밖에 없다.

북한은 이산가족 재회, 경제협력, 통일 등 ‘민족 내부 문제’는 남북대화로 해결하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나 주한미군 주둔 문제, 한미 군사동맹 등 이른바 ‘평화문제’는 미국과 협상한다는 이원화 논리를 지키고 있다. 주변국은 북한이 이원화 논리에서 벗어나 남북간에도 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반드시 이 문제가 남북대화를 통해 협상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루중웨이 소장〓북한은 ‘개혁 선진국’인 중국의 23년간 경험과 교훈을 부분적으로 빌려서 시험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정책결정자가 숙고해서 국가의 장기적인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북한 경제의 체제전환 성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다만 중국의 사례가 시사하듯 북한경제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북한은 경제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고, 또 미국 및 주변국과의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외교 신사고’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학자들은 북한이 갑자기 핵개발을 들고 나온 것을 외교 개혁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벼랑끝 외교로 대미관계의 문을 열어 국가의 안전계수를 높이고 외부의 환경을 개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래 북한 외교의 숙원이다. 따라서 북한 핵문제는 군사문제가 아닌 외교(안전보장), 경제(생존), 정치(체제보장) 문제이다. 한 중 일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빈약한 북한 경제의 진흥이다. 이를 어떻게 관리해 경제 외교 문제가 군사문제로 번지지 않게 하느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일종의 절충책이다.

북한 봉쇄정책은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것으로 그 결과는 뻔하다. KEDO 기능의 마비가 북한 경제와 정치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북한 핵문제는 섣불리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핵문제에 관해 북한이 보이는 행태 때문에 주변국들은 인내와 신념을 잃기 쉽다. 그러나 노아가 날려보낸 비둘기가 신선한 올리브 잎을 물고 방주에 돌아와 ‘뭍이 멀지 않다’고 전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와카미야 논설주간〓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납치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등 굴욕적인 선택을 하면서까지 북-일 수교에 나선 것은 경제 재건이나 북-미 관계 개선에 일본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후 교섭이 중단된 것은 피랍 사망자 충격이 일본 국민감정에 불을 붙인 데다 북-일 양국이 미국을 건드렸고 북한이 핵개발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봉쇄 등 국제포위망을 좁히는 길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봉쇄는 선전포고로 본다’고 밝힌 만큼 핵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다. 북한에 핵을 단념해서 얻는 것이 크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에도 수확이 필요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과의 불가침조약과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미국 내 저항도 강하다. 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한다면 나름대로 교섭의 여지가 있다. 일본 등 국제사회는 에너지 식량 지원 등에 협력할 수 있다.

북한 체제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매우 위험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자발적인 변화를 바랄 수밖에 없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체제 붕괴는 정보교환이나 인적 왕래가 영향을 미친 결과다. 북풍만으로 망토를 벗길 수 없다는 햇볕정책의 판단은 기본적으로 정확하다.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진정한 국익을 위해 각국의 대국적 판단이 필요하다. 북-일 국교 정상화는 북-미 정상회담이 실현돼 한국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는 큰 구상 안에서 실현시킬 필요가 있다.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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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서울대 정치학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정치학박사, 서울대 교수, 대통령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12대 국회의원, 인천대 총장, 교총회장50세, 흑룡강대학 일본어학과 졸업, 현대국제관계연구소 동북아연구부장, 부소장,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55세, 도쿄대 법학부, 아사히신문 정치부기자, 연세대서 한국어 연수, 사회부차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논설부주간,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