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장·차관 인선 혼란]'아니면 말고'式 음해투서 난무

  • 입력 2003년 2월 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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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조각(組閣) 작업이 진행되면서 장·차관 인선자료를 1차 총괄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민주당에 음해성 투서가 날아들고 있다.

투서는 특정인을 겨냥한 흠집내기가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대검찰청 중간간부 A씨는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을 몰래 도왔다” “경제부처 관료출신 B씨는 부하직원을 못살게 굴면서 출세가도를 달려온 사람이라 민주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는 식이라는 게 인수위측 설명이다.

인수위 고위 관계자는 9일 “정부 인사카드에도 ‘부하직원을 못살게 구는 스타일’처럼 너무 주관적이어서 확인하기도 어려운 음해성 평가가 붙어있는 것을 종종 봤다”며 “아마도 그런 평가는 투서를 반영해 써넣은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투서 가운데는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내용 등을 육하원칙에 맞춰 보낸 편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의 다른 관계자는 “그래서 모른 척 하자니 뭔가 께름칙하고,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인선작업이 지체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적어놓은 실명(實名)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럴듯한 사실관계도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각 부처에서 대(對)국회 창구 기능을 하는 기획관리실장 출신에게 ‘한나라당 사람’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투서가 많다는 점도 특징. 정부부처는 그동안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를 고려해 영남 출신 공직자를 기획관리실장에 임명하는 사례가 없지 않았다. 인수위 주변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접한 한 현직 기획관리실장은 “업무상 한나라당과 접촉했을 뿐인데 마녀사냥식 음해를 하면 어떡하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역대 정부에서 ‘지역성 인사’의 표본으로 꼽히던 검찰을 겨냥한 투서가 몰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 일간지가 “국민의 정부에서 인사상 특혜를 본 검찰인사 15명을 선별했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투서내용이 와전된 것이라는 후문이다.

음해성 투서일수록 인터넷 팩스보다는 우편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인선작업 초기보다는 악의적인 편지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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