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北정책 오락가락…행정부 인맥따라 강경-온건-절충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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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견고한 원칙 아래 일관된 대북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거부하고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를 시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지금은 일단 대화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북 정책에 대한 혼선과 부시 행정부내의 이질적인 외교 라인업에 비춰 볼 때 과연 미국이 대화에 얼마나 무게를 싣게 될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욕 타임스의 외교전문 칼럼니스트 빌 켈러는 11일 “기본적으로 이 행정부에서 외교의 틀을 짜는 사람들의 특징은 아시아 전문가가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전문가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대량살상무기의 억제라는 목표에만 매몰돼 외교의 복잡 미묘한 속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 대북 정책을 주도한 사람은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보. 그는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철저한 신봉자로 자신의 상관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보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신임을 더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북할 당시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을 밀어붙이기에는 유약하다며 볼턴 차관을 대신 보내라고 요구했을 정도.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불량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론을 주창해 북한을 자극했다. 워싱턴포스트는 6일 이 논리를 제공한 인물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라고 지목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그는 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당시의 국방차관으로서 선제공격론에 입각한 ‘방위 계획 지침’을 작성했다. 그는 미국은 소련이 몰락한 이후 경쟁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선제 공격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지침이 뉴욕 타임스에 보도돼 물의를 빚자 ‘방위 계획 지침’은 수정됐다가 아들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전략으로 되살아났다.

지금까지는 이들의 주장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부시 대통령의 도덕적 사고방식과 합치돼 득세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가 꼬이자 바통이 파월 장관 중심의 외교라인으로 넘어갔다고 켈러씨는 밝혔다. 대북 협상론의 대표적인 인물은 리처드 하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 그는 대북 제재에 대한 회의적인 내용을 신문에 기고한 바 있다. 그는 제재가 대화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포용정책이 실패했을 때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그의 목소리는 묻혀 왔다.

북한에 대한 강경 온건론을 절충한 인물이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그는 99년 아미티지 보고서를 통해 ‘큰 채찍과 큰 당근(big stick and big carro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교와 경제 원조와 같은 대형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처럼 행정부 내에서 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시사주간지 타임은 13일자에서 아직도 대북 정책의 기조가 결정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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