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AEA사찰단 추방]향후전망

  • 입력 2002년 12월 28일 01시 14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방사화학실험실을 가동하겠다는 것은 여차하면 핵개발을 시도하겠다는 뜻이어서 단순한 대미(對美) 협박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조율해온 한미일 3국도 이제는 뭔가 ‘액션(action)’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한미일 3국이 10월 멕시코 로스카보스 정상회의에서 ‘선(先) 핵포기가 없는 한 협상도 없다’며 공을 북한으로 넘겼는데, 북한은 사찰단 추방 조치로 공을 다시 한미일 3국에 넘긴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핵동결조치 해제 및 핵시설 재가동 선언(12일)에 이어 핵시설에 대한 감시카메라 작동불능 조치를 취하고 봉인을 제거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하기는 했지만 사찰단의 상주를 허용해옴으로써 적어도 IAEA 안전조치협정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고,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미일 3국도 공이 다시 넘어온 이상 계속 평화적 외교노력이라는 공허한 ‘합창’만을 되풀이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접어들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이 더 이상은 북한에 대한 인내심을 발휘하기 어려운 처지다.

실제로 북한이 언제라도 가동할 수 있는 방사화학실험실 제1생산설비를 활용할 경우 연간 80t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할 수 있다. 수조 속에 보관 중인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꺼내 재처리한다면 3, 4개월 안에 핵무기 1기를 제조할 플루토늄을 얻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동안 미국을 향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온 우리 정부의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자칫하다가는 북한의 ‘막가파식’ 움직임을 경계하고 징계하겠다는 미국의 태도와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당장 IAEA도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을 ‘핵무기 개발의도’로 규정짓고 유엔안보리에 이 문제를 상정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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