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국정 공동운영 합의]鄭 인사에 영향력…'자리 갈등'소지

  • 입력 2002년 12월 13일 18시 51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13일 회동을 갖고 집권할 경우 국정운영 전반에 관해 공조를 계속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노 후보 집권시 양자의 ‘2인3각(脚)’ 행보가 순탄하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이날 합의에 따라 집권시 정례화될 양자회동과 양당 및 정부간 당정협의회를 통해 정부 요직 인사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정 대표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은 “우리가 합의한 국정운영 공조는 국정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낮은 수준의 것’이다. 자리 배분과 관련한 어떤 밀약도 없었다”고 강조하면서도 “초당파적으로 정부를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정 대표측의 전문가 인재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어 놓았다.

문제는 공동정부를 구성할 경우 권력 배분 원칙에 뚜렷한 합의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집권 후 양측간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연립정부의 경우 원내 의석수에 따라 권력을 배분하는 원칙이 서 있기 때문에 연합한 정파간에 논란이 발생하지 않지만, 노-정 두 사람은 이를 명문화하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자리배분 다툼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정치적 색채가 다른 두 사람의 연대는 대북문제 등을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결별한 DJP 연합처럼 분란의 소지도 안고 있다. 그 때문에 민주당-통합21-정부간의 3자 정례협의체가 정책조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사건건 양자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을 결정하면서 효율적인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양자간 정책의 차이가 DJP 공조 때보다는 덜하고, 민주당과 신생 정당인 통합21 간의 힘의 차이 때문에 갈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화여대 조기숙(曺己淑) 교수는 “DJP 공조는 극우와 진보의 결합이었으나, 노-정간의 정책적 차이는 동일 정당 내에서도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차이인 것 같다”며 “정책공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가 대선 직후 대통령당선자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 중국 북한 등을 방문키로 한 것은 당초 합의문에 없었던 내용. 회동 도중 정 대표가 즉석에서 “집권하면 내가 미국을 방문해 외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노 후보가 “미국뿐 아니라 중국이나 주변국가도 방문해달라”고 해 합의가 이뤄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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