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北 황강댐 건설' 왜 감췄나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9시 01분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대규모 댐을 건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댐의 영향권 하에 있는 남측 국민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어제 본보에 보도된 건설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저수용량 3억∼4억t의 황강댐이 세워지면 임진강 하류인 우리측 파주 연천 등에 연간 2억9300만t의 용수부족이 예상된다고 한다. 이 지역 농공업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이 임의로 수위조절을 하거나 댐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우려도 훨씬 커졌다. 북한이 댐을 수공(水攻) 무기로 삼아 남측을 협박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그동안 이 같은 북한의 위협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달 초에 열린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협의회에서 황강댐 문제를 북한측에 ‘문의’했다고 하나 국민에게는 그 내용을 일언반구 공개하지 않았다. 이것이 햇볕정책을 위해 북한이 껄끄럽게 여길만한 사안을 미리 알아서 회피한 결과인지, 아니면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배려 차원인지는 모르나 어느 쪽이든 국민의 안위를 책임진 정부로서 기본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황강댐을 묵살키로 한 결정이 정부 내 어느 선에서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

북한의 이율배반적인 태도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한은 걸핏하면 남북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방적인 황강댐 건설로 남쪽에 피해를 주고 남측 주민을 위협하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남북공조인가.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도 이번처럼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식이라면 남북경협의 본격적인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는 양측이 상식과 원칙을 존중하는 자세를 견지할 때 한 단계씩 발전해 나갈 수 있다. 황강댐 건설과 같은 ‘비상식적인’ 일은 남북관계의 퇴보를 부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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