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특별 인터뷰]한나라당 이회창 全文

  • 입력 2002년 11월 19일 21시 50분


-민주당 노무현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전망을 어떻게 보나. 만약 성사된다면 두 사람중 누가 될 것으로 보며, 누가 되느냐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성사여부는 솔직히 모르겠다. 아마 본인도 잘 모르는 것 아닌가. 구체적인 방법 갖고 대립하고 있어 지켜봐야할 것 같다. 누가 되면 더 좋으냐는 것도 어느쪽 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나는 후보 단일화라는게 정당한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DJP연대 내지 연합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다음 정권을 맡을 사람의 이념과 정치적 방향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두분은 전혀 다른 분들인데 거기서 한분을 뽑고 나머지가 동의하는 것에 대해 이미 DJP의 쓴 경험이 있어 국민은 현재 관심을 갖고 흥미롭게 보지만 선택을 할때는 많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DJP 연합을 지적했는데 97년에 이 후보도 조순 총재와 합당하지 않았나. 당시와 지금이 뭐가 다른가.

"제가 보기엔 아주 다르다. 조순 민주당 총재와 나는 정치적 이념과 방향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합당 전에 일시 대선후보를 했지만 그분과 나 사이엔 큰 정치적 방향과 이념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당연히 합당해 새 이회창 정권 창출에 동의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노정은 전혀 정치적 동질성이 없다."

-노정의 단일화 과정에서 TV토론 문제가 부각됐는데 한나라는 극력 반대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후보가 토론회에 나가서 아예 TV토론 중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건 어떤가. 3자 내지 4자 토론에 나가 부당성 지적할 생각은 없나.

"끼워주겠나(웃음). 지금 모여서 한명 뽑겠다고 하는데 그 자체가 일종의 선거운동이 돼서 문제시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단일화 성사 자체를 막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을 불과 30일 남겨두고 후보가 다른 정당 사이에 단일 후보를 뽑는 토론을 중계하는 것은 TV의 공영성이 갖는 국민의 알권리와 선거운동 방식에서 보면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주요 언론도 이점을 지적하고 있지 않은가. 설사 그 자리에 가겠다고 해서 끼워주겠나."

-이 후보는 후보 등록전에 다자토론은 안하겠다고 했는데 만약 후보 등록전에 단일화를 위한 토론이 아니라 3자나 다자토론을 하자는 제안이 오면 어떻게 하겠나.

"이미 당은 원칙을 정했다. 합동 다자 토론은 선거기간중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생각은 없다."

-후보는 중앙선관위원장을 역임했는데 선관위가 중지를 모아 결정한 걸 선배로서, 1당 대표로서 받아들일 의향은 없는가.

"선관위의 결정은 정치적 고려에서 좌우되면 안된다. 나도 강하게 주장했고 지켰던 것이다. 한번은 좋고 여러번은 안된다는 판단은 안된다. 법률상 안되는 것이다."

-한나라의 세불리기 영입이 무차별 영입 아니냐는 지적있는데 이 후보는 같이 가는 사람은 당연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사람과도 갈이 간다는 것은 세불리기로 대선 당선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영입을 무차별적인 무원칙한 세불리기로 본다는게 안타깝다. 지금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넘는 정당이고 영입을 안하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왜 욕을 먹으면서 하겠는가. 문제는 정치다. 나나 당이 한가지 목표를 정하고 정체성 이념의 방향을 정했는데 이에 동조해 들어오겠다는 것을 거절하면 잘못된 것이다. 지금 들어오는 분들 입장 보면 자신이 몸담던 당이나 집권당이 전혀 구실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의 미래를 맡을 정당의 이념성과 정책에 공감하고 온다면 받지 않는 게 정치로선 오히려 이상하다. 다만 철새처럼 왔다갔다하며 수를 채우는 것은 안된다. 당내에서도 이런 부분은 논의중이다. 실제로 국민이 걱정하는 만큼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번 국회에서 일단 통과됐던 법안들을 재의결했다. 정치 개혁 차원의 국회법 개정이 안돼 국민이 실망했다. 후보의 생각은.

"국민께 송구스럽고 내 자신도 답답하다. 국회법에 관해서는 박관용 의장이 여러 생각해서 낸 좋은 의견이 많았고 여야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등에 관해 합의도 했다. 그런데 선거관계법이 합의 안되니까 그러면 전체가 안된다고 민주당이 주장해서 처리 안된 것이다. 무슨 남북간 줄다리기 협상도 아니고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등 개혁의 첫걸음 법인데, 되면 되는대로 해야지 선거법이 안되니까 모조리 안된다는건 말이 안된다. 정치인으로서 국민께 송구스럽다. 이런 식의 국회운영은 절대 안된다."

-혹시 신용카드 갖고 다니면서 사용하나.

"요즘은 별로 사용 안한다"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금융질서가 문란해지고 소비자들도 애로를 겪고 있다. 금융에 대해선 어느 정도 공부했나.

"개인 신용불량자 문제가 크다. 230만명정도까지 추산되는데 문제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거시적인 분야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수출과 제조업이 안되고 그래서 성장 속도가 둔해지고 기업들이 투자를 안한다. 지금까지 경제가 그나마 좋다고 국민이 피부로 느꼈던 건 내수가 일어나고 정부가 자꾸 돈을 풀어 그렇게 느끼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꾸 돈을 쓰다보니 신용불량자 생긴 것이다. 그러다보니 돈쓸 밑천이 없어졌고, 자연히 은행 부실 나오고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내 판단보다는 여러 자료에 의해 판단한 것이다. 97년도 외환위기는 유동성 위기 때문에 비롯됐으나 이번에는 금융위기의 가능성 있는데 이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 실제로 230만 신용불량자 문제가 더 커져서 금융이 감당하지 못하면 제2의 위기로 연결된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잘 못하고 있다. 지난번 여야정을 합친 초당적 대응기구로 경제협의기구를 제안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기경보체제를 만들어 문제에 조기 대응해야 한다. 경기부양 일변도 정책은 반대한다. 그러나 가령 금융위기가 급격하게 도래해 불황이 오면 돈은 풀어야 한다. 푸는 방식에서는 SOC 분야 조기투자 정책 등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가 세우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장남의 병역면제 의혹이 무혐의로 판가름 난뒤에 이 후보 지지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김진관 전 서울지검장 등 수사팀에 고마운 생각도 들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정권이 바뀌면 그들은 보상을 받을 것이란 말도 있다. 반면 박영관 부장 검사는 편향적인 시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받고 있어 이 후보가 집권하면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담당 검사에 대한 그런 보상이나 보복 같은 것은 없다. 그간 내가 얘기해온 것처럼 이제 정말 검찰을 중립화 할 것이다. 검찰 인사는 검찰 인사위원회를 통해 중립화시켜 총장이 중립위치에서 공정한 인사권을 행사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검찰을 중립화시켜야 정치보복 안하겠다는 것을 국민이 믿는다. 검사가 특정 사건에 대해 어떻게 했다고 해서 어떻게 처리하는 건 안된다. 검찰 내부에서 공정한 인사기준에 의해 해야 한다. 그점은 전혀 걱정안해도 좋다. 병역 문제와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데 나는 병역에 관해 어떤 비리나 부정이 없었다는 것을 다시 말한다."

-김각영 검찰총장이 정권 임기를 3개월 앞두고 임명됐다. 원래 총장임기는 2년인데 보장할 것인가.

"총장 임기는 법대로 하면 된다. 법의 정신에 따라 하면 된다."

-이후보가 좋은 집에서 태어나 서민의 고생을 모르고 학력과 경력이 탁월해 엘리티즘에 사로잡혀 엘리트 위주의 시책을 펼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 얘기 들으면 답답하다. 현재 나의 경력이나 위치를 보고 과거에도 편하게 잘 살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정말 자랄 때 어렵게 자랐다. 책에도 썼지만 아주 박봉의 공무원 집안에서 힘들게 자랐다. 당시엔 모두 어려웠지만 가계에 보태기 위해 닭을 길러 계란을 시장에 파는 생활을 했다. 또 지금 엘리티즘이라는 건 말하자면 어느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고 주로 그런 학맥 연고를 갖고 인사를 하거나 하는 건데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흔히 (내가) 특정고 출신을 주변에 포진시켰다고 하는데 직접 한번 와서 몇이나 있는지 봐라. 그동안 야당 총재로 한나라당 이끌어오면서 사무총장이 바뀌면 진영을 새로 짜는데 신경식 단장도 총장했지만 내가 나온 고등학교 출신이 한사람도 없을 때가 많았다. 상당히 잘못 알려져 있다. 적어도 인사에 관한, 사람을 쓰고 정책을 펴는 인적 자원을 동원하는 입장에선 대탕평책을 쓰려고 한다. 특정한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이지 않는 통합과 화해를 이룰 대탕평 정책을 쓸 것이다."

-병역 비리 수사는 일단락됐으나 아들 둘이 다 군대에 안갔는데 군대보낸 부모들에게 최고통수권자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도덕적 미안함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에게 말한다. 건강하게 못키워 못갔지만 군에 가 있는 아들둔 부모 생각하면 항상 송구스럽다. 97년때도 사과했다. 그 점에서 원죄를 진 기분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요는 국민 전체가 화합하는 입장에서 국민에 대한 저의 송구함을 드린다는 것이다."

-존경받는 대법관을 지냈고,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인기를 능가하던 시절도 있었다. 혹독한 야당의 수모를 받은 적도 있고 요즘은 '집권 야당'이라는 말도 들으며 대세론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런 굴곡을 겪으면서 인심의 변화를 느꼈다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물론 느낀다. 인심 변화는 수시로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올곧은 인심의 골이나 방향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심을 읽지 못하는 정치인 위정자에 대해서는 추상과 같이 매서운게 인심이다. 그간 우리당이 대선에 져서 가장 큰 민심의 판단을 받은 것이고, 여러 총선과 재보궐 선거 거치며 이 정권이 좋은 시절 구가하던 지역에서 칼로 베는 매서운 맛을 본 것도 인심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우선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매서운 심판을 받게 돼 있다."

-보통 정권 말기에는 줄서기가 극성이고 내부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많다. YS, DJ정권 말기도 그랬는데 만약 이 후보가 집권한 뒤 공무원들이 내부 정보를 빼내 야당에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대통령이 되고 봅시다.(웃음)"

-한나라당은 역대 어느 야당보다 공무원들이 빼낸 국가 내부 정보들을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정형근 의원의 행태는 공당으로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과거의 어느 당이 그런 짓을 했다. 물론 앉아서 정보는 빼내는 식은 안된다. 공무원의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 그런 건 안한다. 그러나 우리가 정당이기 때문에 제보와 얘기를 듣는다. 그런 것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법률상 문제가 되는 지를 판단하고 있다. 반드시 줄여야 한다."

-후보 사모님이 하늘이 두쪽나도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게 보도됐다. 그날 저녁 그 문제로 대화를 하거나 질책했나.

"말하는 취지가 아주 오해를 받게 끔 한건 본인도 아주 미안하고 송구하게 생각한다. 당시 분위기가 앙갚음 하는 분위기로 말한 것은 아니고 정말 중상모략 하고 사람 헐뜯는 인격파괴식 정치는 다시 안돼야 한다, 적어도 밝고 깨끗한 정치시대 열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다만 표현이 그래서 미안해 했다."

-한 정보기관 고위관계자는 "당선후 취임때까지 기간이 너무 길고 그 기간에 당선 축하금이 건네지는 경우 많다"고 말했다. 당선후 취임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강구할 생각은 없는지. 또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집권후 일종의 사관(史官)같은 사람 곁에 두고 가정사를 빼놓고는 모두 기록에 남길 생각은 없는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옛날에는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대통령님'이라고 하는데 뭘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나.

"권위적인 과거 시절의 호칭과 연상시키는 호칭은 피하는게 좋겠다. 구체적으로 뭘하겠다는건 말할 계제가 아니다. 민주적인 명칭이 됐으면 좋겠다."

-요즘 무슨 드라마 보는지.

"바빠서 그런데 주말에 '제국의 아침'인가. 그것도 본지 오래됐다. 주말에 지방가서 자고 해서 볼기회가 없다."

-'제국의 아침'서 매력적인 인물은.

"본지 오래되서"

-노래방 18번은.

"부르는건 조용필의 '친구여'인데, 항상 자신이 없어 가급적 안부르려고 한다."

-성인영화 전용관의 설치에 대한 생각은.

"등급제로 해서 성인전용관 두는 생각도 좋다고 본다. 다만 그것들이 미성년자 접근이 안되도록 하고 잘 관리해나간다면, 그래서 그쪽으로 집중하고 일반적 확산 막는 효과를 거둘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청와대 들어가면 신앙생활은 어떻게 할 건가.

"신앙생활은 사적인 생활로 누구한테 말하기가 그렇다."

-노후보나 정후보 중에서 정말 배우고 싶은 장점이 있다면.

"그분들이 장점 없다는게 아니라 뭔가 있을텐데 갑자기 물어서 생각이 안난다. 꼭 말하고 싶은 건 분명히 있는 분들인데 갑자기 물어서 정리해 말하기 어렵다. 대선 후보로 나와서 평가받겠다고 하는데 남다른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

-JP하곤 결별하는 건가.

"한다 안한다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내 입장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 김종필 명예총재는 상가때도 고맙게 조문해 줬고, 감사전화 했지만 정치적인 방향이 같을때는 누구와도 같이간다. 새삼 결별이다 아니다 말할 처지는 아니다. 그분 나름대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 길이 같다면 가고 다르다면 다른 방향이 생기지 않겠나. 아직 잘 못르겠다. 그래서 결별 여부 말할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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