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단일화 합의]"형평성 위배" "후보검증 기회"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8시 44분


대통령후보 단일화를 위한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TV 토론 방영 문제를 놓고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및 국민의 알 권리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만일 이회창(李會昌)-정몽준 후보나 노무현-권영길(權永吉) 후보가 노-정 후보와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 협상을 벌일 경우에도 TV가 이를 중계하고, 타 후보가 이를 ‘용납’할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제16대 대통령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인 유재천(劉載天)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에 직접 관련된 심의 규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기능은 선거 관련 방송이 나간 후에 공정성을 논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관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혀 ‘사전개입’에 나서지 않을 뜻임을 시사했다.

대통령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대철(鄭大澈)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토론위원회는 대통령후보들이 완전히 결정된 후 그들 사이의 토론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에 관련된 규정은 없고 관여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3개 공중파 방송사는 일단 중앙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진홍순(晋洪順) KBS 보도국장은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주요행사이고 두 후보의 단일화 토론은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무조건 도외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공영방송으로서 후보간 형평성을 고려해서 결정할 사안이므로 일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정 후보측의 공식요청서가 들어오면 그 내용을 검토하고 선관위의 유권해석 등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영석(金永錫) 교수는 “선거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 특정 후보간의 토론을 TV에서 방영하는 것은 공중파 방송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상식의 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만일 노-정 후보의 단일화 과정을 TV가 중계한다면 상대방 후보에게도 대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전석호(田錫昊) 교수는 “국민의 관심사인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해 한 사람이 물러서도록 하는 두 후보의 TV토론을 선거운동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 전 교수는 “다만 타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TV토론은 1회 100분 정도로 한정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각 당의 전당대회까지는 후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 없이 미디어의 조명을 받는다. 하지만 후보가 결정된 뒤에는 민주 공화 양당을 중심으로 ‘평등(平等)’이 아닌‘형평(衡平)’의 원칙에 따라 보도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무소속 후보의 ‘차별시비’가 제기되곤 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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